서울시가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급식비를 한 끼당 6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5개 자치구 중 급식비가 가장 많은 서초구 만큼 서울시 전체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명의 자치구청장 중 유일하게 같은 당(국민의힘)인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잇따라 ‘콤비 행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아동급식카드(꿈나무카드) 급식단가를 한 끼당 최대 9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서울시 아동급식 단가는 한 끼당 6000원이다. 자치구의 추가 부담을 조건으로 서초구와 강남구만 각각 9000원, 8000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급식 단가로는 일반 음식점에서 이용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동급식카드는 기준중위소득 52% 이하 가구 등 저소득층이거나 보호가 필요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 1만8000여명에게 일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카드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절반씩 예산을 부담한다. 서울시의 올해 아동급식 예산은 224억원이다. 급식비를 올리기 위해선 시 뿐 아니라 자치구에서 각 의회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을 받아내야 한다.
아동급식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서초구 정책들이 잇따라 서울시에 반영되고 있는 모양새다. 오 시장의 1호 공약인 1인가구 종합대책은 서초구에서 2019년 설치한 1인가구지원센터를 확대 발전시킨 개념이다. 지난 28일 오 시장이 구청장협의회에 제안했던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감경 역시 조 구청장이 강하게 주장해왔던 것과 다르지 않다.
오 시장은 서초구의 공유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서울시 전체에 적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유 어린이집이란 3~7개의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을 하나로 묶어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보육 시스템이다. 오 시장은 후보시절 서초4동 주민센터에서 공유어린이집 현장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조 구청장은 오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지만, 지금은 구청장 중 유일하게 오 시장에게 손발이 돼 줄 수 있는 우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서초구의 정책을 시 전체에 적극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동급식비만 해도 자치구별로 의견이 엇갈린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급식비 인상 필요성에 대해 구청장협의회에 먼저 제안한 바 있지만, 일부 구에선 재정 상황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산세 경감과 관련해서도, 이동진 구청장협의회장(도봉구청장)은 “재산세 경감에 따른 세원 감소를 보전하는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당장 오 시장의 제안에 구청장들이 동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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