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무고·명예훼손' 무죄…"미투 누명서 유일하게 생존"

입력 2021-04-29 15:04   수정 2021-04-29 15:06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열린민주당 소속 정봉주 전 의원(사진)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무고·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미투 보도 무고' 정봉주 무죄 확정
정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세상으로 나가겠다. 전 세계 정치인, 유명인사 중에서 거짓말 미투 누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며 "그간 겪었던 고통을 발판 삼아 반드시 필요한 곳에 서 있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무고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은 앞서 2018년 3월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프레시안 기사는 가짜뉴스,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기자들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 측에서도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해당 보도로 인해 사면복권 이후 피선거권을 회복했던 정 전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의 꿈도 접게 됐다.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카드 결제 내역 등을 조사해 정 전 의원과 A씨가 2011년 12월 한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정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이 호텔에서 사용한 카드명세가 확인되자 기자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했다.

1심은 "A씨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성추행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지인들의 진술도 전해 들은 것일 뿐 독자적인 증거 가치가 없다"며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은 급속히 퍼져나가는 보도를 반박할 목적이었고, 이는 성추행 보도에 대한 반론권 행사 내지는 자기방어적 성격이 짙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정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고소를 할 당시 본인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징역형 받았던 'BBK 사건' 재심 나설 전망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정 전 의원은 김진애 전 의원에게 밀려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열린민주당은 최종 후보 선출 후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를 진행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비자금 의혹 등으로 17년형을 확정받고 재수감 된 만큼 BBK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재심에 나설 전망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검찰과 BBK 특검이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였다. 정 전 의원은 징역 1년이 확정돼 2011년 말 수감됐다.

정 전 의원은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인 점을 인정했고, 다스가 BBK에 투자를 했던 만큼 재신 사유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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