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도 안주던 국내 유일 인공호흡기…팬데믹 '반전 스토리' 쓴 멕아이씨에스

입력 2021-04-29 17:18   수정 2021-05-07 17:13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해서는 들숨과 날숨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 인공호흡기는 ‘기계식’ 장비를 활용했다. 밸브와 펌프, 액추에이터 등 부품을 정밀하게 깎아 만들었다. 환자가 숨을 들이마실 때 산소를 불어넣고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를 뱉게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공호흡기 생산 기술을 보유한 멕아이씨에스는 기존의 문법을 깨버렸다. 환자의 호흡 상태를 센서 등으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전자식’으로 환자의 들숨과 날숨에 불편함 없이 공기를 불어넣고 빼는 원리다.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는 “기계식 손목시계를 생산하기 위해 톱니바퀴를 아무리 정밀하게 깎아도 소프트웨어에 기초한 전자식 손목시계 정확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전자식 인공호흡기는 증세에 따라 훨씬 정교하게 환자의 호흡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세대 벤처 대부 이민화 영향받아 창업

김 대표는 1세대 벤처기업 메디슨의 자회사 바이오시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재직하며 환자 모니터링 장치 등을 개발한 이력이 있다. 1998년 창업에 나선 것도 벤처업계 대부 고(故) 이민화 메디슨 회장의 영향을 받아서다.

김 대표는 “(이 회장은) 과학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고 했다”며 “사람의 삶에 영향이 큰 호흡 의료기 분야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퇴사한 회사 지분을 정리해 마련한 자금을 투자해 창업 10년 만인 2008년 중환자용 인공호흡기 제품화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였다. 제품 개발은 성공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보수적인 의료기기 시장은 필립스, 해밀턴 메디칼, 졸, 드래거 등 10여 개 대형 외국계 기업이 꽉 쥐고 있었다. 멕아이씨에스는 2015년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지만 적자가 2019년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공호흡기 수요 폭발
마침내 2020년 3월 인공호흡기 수요가 폭발했다. 코로나19로 세계 인공호흡기 연간 수요량이 10만 대에서 90만 대 이상으로 폭증했다. 96만 대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미국의 경우 보유한 인공호흡기가 16만2000대에 불과했다.

기술과 제품이 준비돼 있던 멕아이씨에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퀀텀 점프했다. 밸브 등 기계 부품을 정밀하게 깎아 만들어야 해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는 외국 회사와 달리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핵심 기술인 멕아이씨에스는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이 가능한 덕분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멕아이씨에스의 인공호흡기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 인도, 칠레,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는 멕아이씨에스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한국에 있는 주요 국가 대사들이 경기 파주의 멕아이씨에스 본사를 찾을 정도였다.
경증환자용 호흡치료기 시장도 개척
멕아이씨에스는 2019년 매출 129억원에 2억원의 적자를 봤으나 지난해는 매출 681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4.5%에 달했다. 올해 실적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인공호흡기 판매량 증가만큼이나 유지 보수 등 후속 서비스 사업 매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멕아이씨에스는 신제품 ‘호흡치료기’로 코로나19 이후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인공호흡기와 달리 비(非)중증 환자도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 중 호흡 곤란을 겪다 증세가 악화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CE인증을 획득해 6000여 대 공급이 연내 예정돼 있다.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에서는 선발주 물량만 1200대가 넘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작년보다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5년 이내 세계 호흡 의료기기 ‘톱5’ 회사로 만들겠다”고 했다.

파주=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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