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공모주 청약에 약 81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국내 단기자금(현금·저축성예금·MMF·종합자산관리계좌) 1355조원(2월 현재)의 5% 이상이 단일 투자 건에 몰리는 진기록이 연출됐다. 청약 건수도 474만4557건이 접수돼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청약 인파가 몰리면서 한 주도 받지 못하는 투자자도 속출하게 됐다. 청약을 진행한 5개 증권사 중 SK증권이 접수한 사람들만 균등배정물량을 1주씩 받는다. 다른 증권사는 추첨을 거쳐 배정한다. 공모주 균등배정제가 전 국민 ‘로또’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이틀 동안 5개 증권사가 접수한 SKIET 청약에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운 역대 최대 기록(63조6198억원)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288.17 대 1을 기록했다. 대표 주관사로 배정 물량이 가장 많았던 미래에셋증권이 283.53 대 1이었고 한국투자증권(281.88 대 1) SK증권(225.14대 1)이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다. 배정 물량이 적었던 삼성증권(443.16 대 1)과 NH투자증권(502.16 대 1)은 경쟁률이 높았다.
5개 증권사에서 총 474만4557개의 계좌가 몰렸다. 주식 활동계좌수 4000만 개의 약 12%에 달한다. 증권사별 중복 청약이 금지되기 전에 나오는 마지막 대어여서 가족 계좌를 총동원해 청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증권에서 최소청약수량인 10주를 청약한 투자자만 1주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4곳의 증권사에서는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받는다. 확률이 가장 희박한 곳은 삼성과 NH로 각각 13%, 10%의 확률로 주식을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 한투는 각각 87%, 67%의 확률로 1주가 배정된다.
이번 청약에서는 계좌당 평균 1705만원의 증거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주 이상을 청약했다면 약 3030만원을 증거금으로 추가로 넣었을 때 비례배정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3~4주를 받는 셈이다. SKIET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실권주가 30%가량 발생했지만 미달 물량이 기관투자가 몫으로 넘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추가로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게 됐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SKIET의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는 SKIET의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24%로 적어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63%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IET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10만5000원)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27만3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가총액은 약 7조5000억원에서 19조5000억원으로 치솟는다. 엔씨소프트(약 18조4000억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23위에 오르게 된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주당 16만8000원의 평가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이 약 26조원이어서 이틀 이상 상한가를 이어가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SKIET 임직원들은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직원 1인당 주식 수는 약 1만9623주로 평균 20억6000만원 규모다. 최대 한도로 신청했다면 따상 시 약 33억원의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우리사주조합 배정 주식은 1년간 매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실제 차익을 실현하기는 힘들다. 상장 초기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경우 SK바이오팜 때처럼 줄퇴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SKIET는 다음달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전예진/윤아영/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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