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롯데물산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롯데자산개발 대신 건물 임대관리·공유오피스 사업이라는 영역을 맡아 미래 안정적 사업 유지도 가능해졌다.
◆계열사 도움으로 사업 시작…공사비만 3조원
1982년 설립된 롯데물산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의 시행을 위해 세워진 회사다. 당시 자본금 100만원(보통주 200주)에 불과했다. 1987년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 건축 허가를 받을 때까지 사실상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롯데물산은 사업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롯데케미칼(31.27%) 등 보유 계열사 지분으로 들어오는 배당금 등으로 회사를 유지했다.
2011년 본격적으로 롯데월드타워 착공에 들어간 뒤 3조원에 달하는 공사비 조달을 위해 차입금이 늘어만 갔다.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가진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시공은 계열사인 롯데건설, 시행 전반은 시행 경력이 많은 롯데자산개발의 도움을 받았다. 롯데건설과 롯데자산개발에서 계열사 파견 형식으로 전문인력이 순환근무를 해왔다.
롯데월드타워가 지어지고 2014년 타워몰이 본격 영업을 시작하고, 2017년 월드타워동이 완성됐다. 이후 월드타워몰, 오피스 등의 임대 매출과 고급 레지던스 '시그니엘'의 분양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용면적 133~829㎡로 대형 평형 중심에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7500만원, 최소 42억원에서 최대 300억원 이상일만큼 비싸 분양에는 시간이 걸렸다. 분양 시작 4년차인 지난해 초까지도 전체 223실 중 절반 가량만 소유권이 이전됐다.
올해 들어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판매 가능 레지던스를 '완판'(완전 판매)할 수 있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판매 중인 레지던스를 사실상 모두 가계약을 마쳤다"면서 "매각대금이 큰 만큼 잔금 일정을 6개월에서 1년 이상 길게 잡아 소유권 이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그니엘이 조금씩 매각되며 매출도 급성장했다. 2016년 1567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4829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그니엘 분양 누적 매출은 7132억원이다.
오피스와 상업시설(포디엄)도 100%에 가까운 임대율을 보였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2층까지 조성된 상업시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임대율 98.9%를 기록했다. 롯데월드타워 14층~38층에 조성된 오피스는 임대율 100%다. 이중 롯데 계열사의 임대비중은 52%이다.
◆5년만에 레지던스 '완판', 오피스 임대도 100%
롯데물산은 고급 레지던스인 시그니엘 분양을 마무리하고, 임대수익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자신이 생겼다. 이에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심했다.
롯데물산은 지난 22일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지분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 보유 지분 15%를 8313억원, 호텔롯데 보유 지분 10%를 5542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인수 규모만 1조3855억원에 달한다. 롯데물산은 보유 자금으로 8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회사채를 발행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물산은 지난해말 기준 현금성 자산 4482억원, 단기금융상품 4220억원 등 8702억원을 가지고 있다.
롯데물산은 회사채 발행 규모와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주관을 맡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발행 규모는 20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단독 건물주가 되면서 롯데물산의 사업목표도 부동산 및 자산관리사업으로 뚜렷해졌다. 올 초 롯데자산개발의 사업 중 자산관리사업 부문도 인수했다. 자산관리용역(8개 사업) 및 공유오피스 사업(워크플렉스 역삼점)이 그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물산이 단순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시행에서 벗어나 건물 임대관리와 공유오피스 사업 등 공간서비스 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2019년 2월 롯데월드타워 30층에 515석 규모의 공유 오피스 워크플렉스를 열었다. 당시 오피스 공실도 해소하고, 롯데월드타워를 벗어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받았다. 이번에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던 '워크플렉스’ 역삼점도 인수받으며 사업 확장을 하게 됐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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