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매도 빗장이 풀려도 악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게 증권가의 주된 예측이다. 다만 공매도 영향을 최대한 피해가고 싶다면 대차잔액 비율의 변화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차잔액 비율은 대차잔액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일종의 공매도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금융정보 전문기업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분석한 결과, 코스피200 종목 중 최근 한 달(3월 29일~4월 29일)간 대차잔액 비율이 1%포인트 이상 상승한 종목은 총 25개였다.
CJ CGV가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3월 29일 2.35%였던 대차잔액 비율이 10.64%로 8.29%포인트 뛰었다. CJ CGV 대차잔액 주식 수는 이 기간 350% 넘게 늘었다. 이어 LG이노텍(2.48%포인트), GS건설(2.34%포인트), SKC(2.25%포인트), 보령제약(2.20%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150 종목 중에서는 18개 종목의 대차잔액 비율이 같은 기간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에이치엘비의 대차잔액 비율이 6.69%포인트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다원시스(4.33%포인트), 엔케이맥스(3.58%포인트), 씨젠(3.25%포인트), 에이치엘비생명과학(2.99%포인트) 등도 대차잔액 비율이 크게 뛰었다.
공매도 재개 국면에서 대차잔액 비율이 급등한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선 대차잔액과 공매도의 연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가 허용되지 않아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차거래 잔액 증가는 공매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실탄’이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대차잔액이 100% 공매도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시장조성자(증권사)의 파생상품 헤지 수요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표적이 되기 쉬운 종목을 피해가려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전 데이터를 살펴보면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비싸거나 영업 부진으로 실적이 안 나오는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됐다”며 “밸류에이션 여건에 따라 공매도 안전지대 또는 적색지대로 나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미들이 공매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매도 재개 후 시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가 지수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작년 3~5월 팬데믹 확산으로 2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사례를 보면 공매도가 재개된 5~6월 동안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독일과 영국에 비해 5~10%포인트 추가 상승했다”고 했다.
공매도 재개와 함께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는 개인 대주제도도 본격 시행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개인투자자 공매도 사전교육을 이수한 개인투자자는 30일 1만2000명을 돌파했다. 이나예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와 함께 개인 대주제도가 시작되면서 개인들의 공매도 시장 참여가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공매도 재개 초반에는 공매도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당분간 매일 두 차례 홈페이지를 통해 공매도 거래금액, 상위종목 등 관련 통계를 공개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