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일부 고객이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문)를 통해 퇴직연금 운용 상품에 대한 매수·매도 주문을 넣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AI 서비스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25일 퇴직연금 분야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했다. AI가 공격적 투자 성향인 고객에게는 주식형 펀드를, 보수적 성향의 고객에게는 채권형 펀드 가입을 추천하는 식이다.
피해 고객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추천대로 기존 상품이 만기가 되면 이를 해지하도록 예약했다. 이어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새 상품에 대해 예약 매수 주문도 걸어놨다. 하지만 AI가 실제로는 이 같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펀드, 저축성 예금 등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피해 고객은 36명이고 거래 오류가 난 금액은 총 4억6000만원 정도”라며 “오류를 사전에 안내했고, 고객 손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 고객들이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자신이 가입한 상품 내역 조회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I 시스템은 외주 업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측은 “해당 업체와 협의 중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피해 고객 수가 많지 않지만 고객이 맡긴 은퇴자금 관리에 오류가 생겼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라며 “AI 금융 기법이 앞으로 확대될 것인데,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하면 AI 금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운용 규모가 2025년 3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된 후 서비스 오류 때문에 금융사가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은 적은 없다. 미국에서는 2018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웰스프런트에 2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웰스프런트 AI는 고객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알렸지만 실제로는 공제받지 못하게끔 자산을 운용했다.
이태훈/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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