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고루 나누면서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0.06%였던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44%로 높아졌고, 이는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영권 안정을 꾀하는 ‘묘수’가 됐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도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도루묵이 되고 만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채권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주식 평가 기준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게 골자다. 특정 주식에 집중 투자해 부실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며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간섭 여지를 확대하려는 저의를 의심받는 이유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 합계는 10.0%에서 2.99%로 급락한다. 강제 매각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이 31조원을 넘고, 이로 인한 법인세 부담만 6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일방적 기준을 정해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 입법 소지가 다분하다.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미래성장주에 초기 투자한 뒤 주가가 급등했다고 매각을 강제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당 발의 의원들은 보험회사만 원가로 가치를 매기는 게 특혜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단견이다. 단기 매매가 잦은 증권·은행과 달리 보험은 우량 자산에 대해 장기 투자를 통해 보험료와 보험금 수급을 매치시키는 게 경영의 핵심이다.
반기업 정서가 만만찮다지만 이제 국민은 한국 대표 기업들의 중요성을 잘 알고,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삼성전자 주주가 1분기에만 200만 명 넘게 늘었고, 삼성생명법 관련 기사에 비난 댓글이 도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생명법은 20대 국회 때 무산됐지만, 거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입법이 어렵지 않다. 삼성을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어 경영 위기를 초래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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