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은행권 '코인 불법송금' 들여다본다

입력 2021-05-02 17:46   수정 2021-05-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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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거래 부문 검사에 착수한다. 올해 암호화폐 시장 과열로 외화 송금 거래가 급증한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을 직접 검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환치기’ 등 불법이 의심되는 외국환 송금 거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비트코인 환치기’ 타깃 되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주 하나은행에 대한 외국환 거래 부문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거래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코인 거래와 관련해 해외에 송금하면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은행이 거래 과정에서 검증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는 종합검사가 아닌 만큼 외국환 거래 부문에 집중해 이달 중 마무리한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급여 송금을 위장해 불법 송금을 시도하거나, 자신이 아니라 제3자 명의를 빌려 분산 송금하는 사례 등이 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짜 서류 등을 동원해 무역 거래로 위장하고 자금을 해외로 빼낸다든지, 용처를 속이고 외화를 반출해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행위 등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외화 거래 과정에서 은행이 검증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연간누적 5만달러)까지는 증빙 없이 해외 송금을 할 수 있지만, 은행이 구두로 송금처와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용처가 의심스럽다면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해당 거래를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옛 외환은행 시절부터 외화 거래가 많은 편이어서 코인 거래와 관련한 해외 송금도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며 “암호화폐 단속을 위한 검사가 아니더라도 불법 외화 송금 등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이 부분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자금세탁 막자” 분주해진 은행권
하나은행이 첫 검사 대상에 오르면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은행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와 연관된 해외 불법 송금 의심 거래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개정되면서 은행은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1차 검증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는 게 업계 얘기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려면 은행에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정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사실상 은행이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우선 검증하는 구조다.

은행권은 이를 위한 지침도 공동으로 마련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에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에 따라 은행은 암호화폐거래소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특금법 의무 이행을 위한 내부통제제도·규정·인력 등의 적정성 △대주주 인력 구성 △취급 중인 가상자산의 안전성 △재무적 안정성 등을 주로 평가할 전망이다. 현재 암호화폐거래소는 총 100∼200여 곳으로 추산되지만, 대부분 등록 요건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업계 평가다.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아 영업 중인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네 곳뿐이다. 이들도 금융위 등록 절차는 거쳐야 한다.

여기에다 하나은행에 대한 부문 검사 결과에 따라 은행권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나 관련 해외 송금에 대해 법상 명확한 의무나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은행이 자력으로 지침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검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른 은행도 관련 거래 취급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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