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남 영암군 사우스링스영암 카일필립스 코스(파72·6532야드)에서 열린 크리스 F&C 제43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 4라운드. 12번홀(파4)에서 박현경(21)의 어프로치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1타 차로 1위를 달리던 김지영(25)이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상태. 박현경이 역전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은 순간이다.
박현경이 2021년 시즌 첫 ‘메이저 퀸’이 됐다. 박현경은 이날 하루에만 버디 4개(보기 2개)를 잡아내며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2위 김지영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1978년 창설돼 KLPGA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LPGA 챔피언십에서 39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새 역사도 썼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박현경은 경기 초반 다소 아쉬운 스코어를 보였다. 김지영이 신들린 듯한 샷 감각을 선보이며 1등을 내달리는 사이 박현경은 2라운드까지 공동 15위에 그쳤다. 고(故) 구옥희 프로의 1980~1982년 3년 연속 우승 이후 타이틀 방어를 허락하지 않은 KLPGA 챔피언십의 높은 벽이 실감나는 듯했다.
하지만 박현경의 뚝심과 내공은 3라운드부터 빛을 발했다. 3라운드에서는 전체 62명 선수 중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6명에 그칠 정도로 강풍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박현경은 3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3위로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강풍에도 버디 5개를 잡아내며 단단한 내공을 과시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1위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목포 유달산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선수들의 샷을 흔들었지만 박현경은 영리하게 바람을 읽어내며 경기를 이어갔다. 12번홀에서 경기 흐름을 자신 쪽으로 가져온 뒤 13번홀(파4)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자신감 있게 휘두른 박현경의 샷은 매끄러운 호선을 그린 뒤 핀 바로 옆에 붙었다. 그림 같은 버디로 김지영을 2타 차로 따돌리며 남은 홀을 여유 있게 이어갔다.
박현경은 17번홀(파3)에서 1m 파퍼트를 넣지 못해 김지영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먼저 파로 마무리한 18번홀(파4)에서 김지영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비껴가며 우승을 확정했다. 1~3라운드 내내 1위를 지켰던 김지영은 김우정(23)과 함께 박현경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9언더파 279타)에 만족해야 했다.
박현경의 우승 뒤에는 캐디를 맡아 바람을 함께 읽으며 클럽 선택을 도운 아버지 박세수 씨(52)가 있다. 그 역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 출신이다. 박현경은 “오늘 우승의 90%는 아버지 덕분”이라며 “올해는 대상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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