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뜬 원격진료 앱, 그 뒤엔 '한양대 인큐베이터'

입력 2021-05-02 17:54   수정 2021-05-03 00:18


국내 최대 원격진료 서비스 앱 ‘닥터나우’가 의료계에서 화제다. 출시 5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 앱을 사용하면 직접 병원을 찾지 않고 영상통화를 통해 진료를 받은 뒤 동네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환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 앱을 서비스하는 회사 닥터가이드는 24세 대학생이 창업했다. 한양대 의대에 재학 중인 장지호 대표(사진)가 주인공이다. 장 대표는 “코로나19로 국내에서도 사실상 원격진료 시대가 열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중·고등학생 시절 대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환자들을 도우면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직접 의사가 돼 병원의 문턱을 낮춰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2016년 한양대 의대에 입학한 장 대표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사업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구상해왔지만, 회사를 세우는 것은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생에게 막막한 일이었다. 그는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지원단 소속 강창규, 문지은, 최경철 교수가 멘토로 나섰다. 장 대표는 “창업동아리로 선정돼 사업화 지원금 등을 받았고, 법인을 설립할 때도 학교의 도움을 받았다”며 “창업지원단의 도움으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 참가한 뒤 해외의 여러 원격진료 회사를 만나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한양대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연이어 선정돼 약 1억원의 사업화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외부투자나 수익모델이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덕분에 자금 걱정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커지자 장 대표는 서울 역삼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미리 원격진료 플랫폼을 구축한 닥터가이드에 코로나19 창궐은 기회가 됐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정부는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3월 장 대표는 대구지역 약국과 병원 리스트를 파악해 지도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접속자만 100만 명에 달했다. 많은 수요를 확인한 그는 지난해 11월 자체 원격진료 플랫폼을 구축했다. 의사, 약사, 환자, 배송기사 등을 연결하고 이들이 각각 앱에 접속해 관리하도록 했다.

장 대표는 “자가격리 중 급한 병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앱을 찾기 시작했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생리통 질염 등 여성질환, 남성 성기능 장애 등 직접 병원을 찾기 부끄러워하는 환자들의 이용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짬을 내기 힘든 바쁜 직장인들도 닥터나우의 단골 이용자다.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던 장 대표는 올해 휴학을 결정했다. 장 대표는 “병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감염 위험이 크다”며 “원격의료 서비스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에도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장 대표는 “대학 내 창업친화적 문화가 확산돼 있고, 지원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며 “많은 학생들이 용기를 내 창업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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