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만이 아니다. 자회사 SK종합화학 지분을 일부 팔거나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 매출 10조원에 달하는 이 회사 지분을 40%만 유동화해도 2조원 안팎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매각하기로 한 페루 광구 가치도 1조원을 넘는다. 최소 5조원의 현금 유동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약 2조5000억원의 기록적인 손실을 냈다. ‘캐시카우’인 정유·화학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하락하고 제품 가격이 폭락한 영향이었다.
대규모 적자에 충격을 받은 회사 측은 기존 사업확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했다. ‘광구 확보-원유 수송-정제-화학’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공급망) 구축은 중단됐다. 지난해 페루 광구 매각, 올초 북미 셰일가스 광구 매각 등에 나선 이유다.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도 감안했다. SK는 2019년부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사회적 가치(SV) 창출 수치를 측정하고 발표한다. 단순 참조용이 아니라 각 계열사 평가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SV 평가액은 2019년 기준 1717억원이었다. 전년(1조1815억원)의 14% 수준에 그쳤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 특성상 환경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환경 분야 SV 창출액은 -1조4158억원. 사회적 가치를 해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탄소 배출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모으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초 SK루브리컨츠를 상장하려 했다. 자동차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 제조가 주된 사업인 SK루브리컨츠는 이익률이 10%를 넘는 알짜 회사지만 수차례 상장이 좌절됐다. 시장 상황이 안 좋기도 했지만, 사업 전망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컸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하는 SKIET가 역대 가장 많은 공모자금을 끌어모으며 ‘대박’을 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3·4공장을 가동하면 2025년 약 6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의 1·2공장 투자액은 3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3·4공장 투자까지 진행하면 2조5000억원 안팎이 더 필요할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도 최우선 투자 대상이다. SK종합화학은 지난달 중순 중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생분해 플라스틱과 재생 플라스틱을 대거 선보였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녹여서 원료로 쓰고, 제품 설계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는 등 플라스틱 선순환에 초점을 맞췄다. 또 잘 썩어서 환경에 큰 부담이 없는 플라스틱 제품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에너지, 화학, 윤활유 등의 친환경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조만간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등 친환경 미래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 SK는 올초 2025년까지 수소 에너지 사업에만 18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첫 번째 투자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의 액화수소 생산기지다. SK인천석유화학 인천 공장 부지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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