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화 보험 계약자 수는 2017년 1만4475명에서 지난해 16만5746명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2017년 3000억원 초반이었던 외화 보험 수입보험료(매출)도 1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외화 보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품이 달러 보험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이 한국보다 높게 유지돼 왔고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삼성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일부 보험사 위주로 달러 보험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환 변동 위험을 금융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매달 750달러를 납입하고 사망 보험금 3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외화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었다면 첫회 보험료는 82만5000원으로 계산된다. 이후 몇 달 만에 환율이 1300원으로 뛰었다면 월 보험료가 97만5000원으로 무려 15만원 인상된다.
사망 후 보험금을 받더라도 가입 시 환율로는 3억3000만원이지만 만약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하면 손에 쥐는 금액은 고작 2억70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이런 탓에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 측에 고객의 환 변동 위험을 낮출 것을 주문했지만 보험사 측은 “상품 취지상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 보험은 대부분 보험 기간이 5년 또는 10년 이상으로, 단기 환 테크를 목적으로 가입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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