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력 더 키운 이재용…홍라희, 경영권 안정 '조력자'

입력 2021-05-02 17:40   수정 2021-05-0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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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삼성 일가가 지난달 3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 계열사 주식 지분상속을 ‘황금분할’로 마무리한 결과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로 모친인 홍 전 관장(2.30%)보다 적다. 하지만 삼성 지배구조 내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지분을 통한 간접 지분율을 고려하면 지배력이 가장 크다. 보통주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각각 삼성전자의 8.51%와 5.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의 10.44%, 삼성물산 지분의 18.13%를 보유하게 된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간접지분율은 1.78%가 된다. 여기에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반영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간접 지분율은 2.7%로 올라간다. 개인주주로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과 간접지분을 더해 4.33% 이상의 지분율에 해당하는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다.

그룹 지배구조와 별개로 삼성전자 이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모두 행사하거나 모두 행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생명 이사회에 이 부회장의 의사가 반영되면 삼성전자에도 8.51%만큼 영향력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도 관리하는 총수로서의 책임이 강화된 셈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개인 최대주주가 된 홍 전 관장은 보유 주식을 활용해 경영권 방어나 계열분리 등 대형 이슈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혹은 경영권이 위협받을 때마다 이 부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로부터 회사를 분할하고, 특별 현금배당을 하라는 등의 공격을 받았다. 엘리엇은 2015년에도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이 과정에서 1457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지분 상속 구도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강화와 막대한 상속세(12조원) 분담을 염두에 둔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관련 배당소득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배당소득이 다른 계열사보다 많은 편이다. 지난해 총수 일가는 삼성전자로부터 특별배당을 포함해 1조3079억원을 배당받았다. 특별배당을 제외하면 배당금 규모는 8000억원가량이다. 삼성가 상속인들은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추가로 배당을 받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룹의 핵심이면서 절대적인 배당소득의 원천이어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홍 전 관장도 가족 간 화합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 지분 상속을 택해 아들의 경영권 안정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도 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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