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스타 애쉬튼 커쳐는 본업인 배우로도 유명하지만 '성공한 투자자'로도 명성이 높다.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스카이프 등을 비롯한 수십개 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정보기술(IT)에 대한 혜안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 커처가 비트코인(BTC)에도 8년 전부터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부인이자 동료 배우인 밀라 쿠니스의 입을 통해서다.
쿠니스는 지난달 말 CBS 토크쇼 '더 레이트 쇼'에 출연해 "커쳐는 '가끔은 아내 말을 듣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똑똑한 사람"이라며 비트코인 투자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2013년 어느 날, 커쳐는 쿠니스에게 "내 설명을 듣고 내가 미친 것 같으면 말해달라"며 "암호화폐라고 하는 건데, 돈을 채굴하는 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쿠니스는 "끔찍한 아이디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커쳐는 "좋아, 우리 거기 투자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쿠니스는 커쳐와 함께 비트코인을 사기로 했지만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한국의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기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화폐라는 점을 불안해했다. 커쳐는 "그게 바로 포인트"라며 쿠니스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암호화폐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암호화폐에 '꽂힌' 사람들은 연예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래퍼 스눕독은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도지코인(DOGE)에 푹 빠져있다. 스눕독은 지난 2월 자신의 얼굴에 도지코인 마스코트 시바견을 합성한 '스눕도지(Snoop Doge)' 그림을 트위터에 올렸다. 스눕독과 머스크가 주거니 받거니 도지코인을 홍보한 결과 실제로 가격이 들썩였다.
스눕독은 2013년 새 앨범을 0.3비트코인을 받고 판매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요즘 시세로 따지면 2000만원쯤 된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 리플(XRP)의 블록체인 파티 행사에 참석하는 등 암호화폐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왕좌의 게임'에 나온 영국 배우 메이지 윌리암스는 지난해 11월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투표에 부쳤다. 이 투표에는 90만명 넘게 참여했는데, "투자하지 말라"는 응답이 53.4%에 달했다. 하지만 윌리암스는 비트코인을 샀다고 밝혔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암호화폐 지갑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브라의 고문을 맡은 이력이 있다. 팝스타 마돈나는 환갑을 앞두고서 리플과 함께 기부 활동을 벌였다.
암호화폐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유명인사도 있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2016년 '마이크 타이슨 비트코인'이라는 앱을 만들어 암호화폐와 법정통화를 교환하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사업은 처절한 'KO패'로 끝났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배우 스티븐 시걸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시걸은 2018년 암호화폐공개(ICO)에 나선 비트코이인(Bitcoiin)의 홍보대사를 맡았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에 i를 하나 더 붙인 '수상한 짝퉁 코인'이었다. 지난해 시걸은 증권법 위반으로 33만달러의 벌금을 내고 향후 3년 동안 어떤 홍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SEC와 합의했다.
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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