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구글·테슬라·애플 연봉은 얼마일까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입력 2021-05-05 10:00   수정 2021-05-05 16:44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5~6회에선 실리콘밸리에 취직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드렸습니다. 7회부터 9회까진 실리콘밸리 기업의 연봉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신문과 방송 등에서 직접 전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뉴스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연봉에 대해선 많은 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 유튜브 등에도 대략적인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연봉에 대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여기 직원들을 통해 취재한 실제로 받는 연봉과 현실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선 개별 직원들의 인터뷰가 허락되지 않아 취재한 대상을 익명으로 대신하는 점 이해 바랍니다.
한국기업과는 다른 임금체계
일단 구글 애플 테슬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공개채용 제도가 없습니다. 한국 기업처럼 호봉제도 없습니다. 일 잘하는 직원을 스카웃하거나 지원을 하면 인터뷰(면접)를 하고 채용을 합니다. 따라서 연봉은 같은 해 입사한 직원들끼리도 다르고 이를 공유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빅테크 기업에 다니고 있거나 다녔던 직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특출난 경력과 성과를 보유한 직원을 제외하면 대략적인 수준은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게 얼마냐는 게 중요하겠죠. 다들 그걸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평균 연봉에 대해선 보통 여기선 '6디짓스(6피겨스)'라고 하는데, 10만달러의 자릿수가 6개여서 이렇게 부릅니다. 6디짓을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 여기 빅테크 기업의 이과 학사 출신 엔지니어나 개발자 등은 이보다 조금 더 받습니다. 이들의 초봉은 연 15만달러 정도에 형성돼 있습니다. 15만달러면 오늘 기준으로 약 1억6850만원 정도 합니다. 대졸자 평균 연봉이 1억7000만원가량 한다는 얘깁니다. 숫자만 보면 많은 돈 같지만 함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받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함정은 저 금액을 모두 매년 받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봉을 매년 바로 받지 못한다니, 무슨 말인가 싶지만 이곳 빅테크 기업들은 'RSU'라는 제도를 직원들의 임금 체계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RSU는 Restricted Stock Units의 앞글자를 딴 약자로, 직원들이 입사하면 주는 자사 주식을 말합니다. 보통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그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스톡옵션제도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스톡옵션은 무상으로 주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반면, RSU는 그냥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것입니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실제로 받는 연봉은 달라집니다. 구글 입사자가 연봉 계약을 할 경우 10만달러를 기본급(베이스 샐러리)으로 받고 현재 가치로 구글 주식 20만달러 어치를 4년간 나눠 받기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20만달러의 주식이 4년에 걸쳐 나눠 지급되기 때문에 매년 5만달러 어치의 구글 주식을 받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연봉은 15만달러로 계산이 됩니다. 보통 여기서 직원들이 연봉을 말하게 되는 경우엔 주식을 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받는 대우가 공개됩니다. 물론 이직 시장에선 옮길 회사엔 주식까지 포함해 연봉을 말합니다.
주가가 올라야 직원도 부자되는 구조
주식을 이렇게 연봉에 포함시켜 주는 이곳 기업들의 풍토는 회사의 성장과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 지급하는 현금은 10만달러로 묶고, 대신 주식을 주면서 직원들에게 주인 의식과 회사 성장의 동기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매년 주식을 연봉의 일부로 받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이 자신의 임금 상승과도 연계된 구조입니다. 따라서 개별 연봉 계약시, 일부 직원(회사)들은 베이스 샐러리(기본급)을 낮추고 주식을 더 많은 비중을 받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때 받는 주식에 대한 세금은 직원들이 냅니다. 회사에서 매년 받는 주식은 증여가 되므로, 주식 증여세를 내고, 나중에 주식을 처분할 때도 주식 양도세를 냅니다. 미국엔 주식 양도세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직원들은 회사가 잘 나가면 이득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테슬라 주가는 84.90달러로 시작, 700달러 이상으로 마감돼 지난해에만 740%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베이스 샐러리를 조금 받고 주식을 많이 받은 테슬라 직원의 연봉은 백만달러를 쉽게 넘습니다. 4년차의 경우 이미 3년간 받은 15만달러어치 테슬라 주식 가치는 이미 최소 111만달러에 이르게 됩니다.
학위마다 연봉 시작점은 다르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학사(이과) 학위 소지자의 초봉은 보통 15만달러에 형성돼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석사나 박사 학위 소지자는 연봉이 조금 더 뜁니다. 석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엔 학사 출신의 엔지니어(개발자)보다 보통 10%가량 높아집니다. 각자 역량과 분야에 따라 이 수치는 변동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여기서 형성된 기준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17만~18만달러 정도에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한국 돈으로는 2억원가량입니다.


박사 학위 소지자는 학·석사와 조금 다릅니다. 보통 여기 빅테크 기업들은 20만달러를 기본으로 맞춰 준다고 합니다. 20만달러 기준은 기본급과 앞에서 언급한 RSU(주식)를 포함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략적인 수치입니다. 자신을 '동동이'로만 밝혀 달라고 요청한 실리콘밸리 대기업 엔지니어 팀장은 "박사 과정 중에 좋은 논문을 발표했거나 전공 분야가 실리콘밸리에서 필요한 신기술일 경우 연봉은 더 뛴다"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임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느냐는 것보다 그 기술로 시장을 얼마나 주도할 수 있는지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hr >
오늘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 취직했을 경우 받는 초봉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편엔 이 연봉이 의미하는 바를 따져볼까 합니다. 9회엔 이들의 입사 후 연봉의 변화와 경력자의 경우에 대해서도 취재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메일 독자님들, 오늘 하루의 시작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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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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