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충격을 받아 요동치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곳이 미국 중앙은행(Fed)입니다. 여기서 통화정책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이고, 이 FRB에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의결기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의결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와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12개 지역 연방은행들의 은행입니다.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나 다른 연방국가가 아닌 국가들의 중앙은행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세계경제에 위기가 도래했을 때, 미국 Fed의 통화정책과 해당국 중앙은행 정책은 어떠한 경로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는 전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은 시스템 리스크입니다.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들쭉날쭉한 가운데서도 위기상황만 되면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경제주체 누구나 달러를 보유하기 위한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등에 따른 달러 위상 저하에도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팬데믹 직후 신흥국에서 달러화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며 달러 유동성 위기가 초래되며 달러가치가 상승했던 최근 경험으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신흥국에 이런 국면이 나타나게 되면 해당국 중앙은행은 경제 하강과 달러 유출에 대한 위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정 금리수준에 대한 균형점을 찾게 됩니다. 경제 하강 국면과 금융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금리 하한 수준을 우리나라에서는 '실효 하한'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전환하며 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급증하면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확대해 실물경기 침체에 대응합니다. 물가와 고용 안정을 목표로 하는 Fed가 바로 제로수준까지 금리를 인하한 이유입니다.
Fed가 팬데믹 직후, 금리를 인하하고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하니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신흥국으로 달러가 흘러들었고 우리나라 원화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팬데믹 공포가 비껴갔습니까? 우리 경제 나아가 대부분의 선진, 신흥국도 정도는 다릅니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경로의 경제 침체에 맞닥드릴 수 밖에 없으니 우리나라 한은도 즉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서 원화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미국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달러가 유출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에 환율이 요동치고 원화는 보다 더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실효 하한' 금리 수준의 통화정책이 항상 고려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Fed의 정책을 고려하면서 경제상황에 맞는 금리수준을 결정하게 됩니다.하지만 한은이 외환당국의 중추적 기관 중 하나이나 사실 환율에 일차적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수립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환율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수출주도 경제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이지만 한은 정책목표는 물가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한 환율의 안정을 꾀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 한은은 기획재정부와 함께 외환당국으로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의 안정을 꾀합니다. 이는 자유변동환율제도 하에서 환율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기보다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개입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환율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금융변수보다 큽니다. 물론 한 국가의 통화정책만을 고려하면 양국 간 인플레이션 차이, 채권 수요 변화 등을 통해서도 환율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Fed의 통화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와 같이 양국 간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자본 이동의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면서 제한적으로 서술됐음을 고려하기 바랍니다.
핵심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선진, 신흥국 간 금리차는 국제자본의 이동 경로를 통해 외환시장에 환율변동을 야기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위기시점에서는 투자시점보다 빠른 자본 회수를 통해 환율 가격과 변동성이 비대칭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물가 안정이 일차적이지만 외환시장도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 기대가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는 자본이동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사전적으로 빠르게 반영되는 곳이 외환시장임을 잘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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