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길러 왔다. 최근에는 서태평양에서 대만의 ‘우방’인 미국의 군사력 우위마저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 중국 해군은 대형 함정과 잠수함을 90척가량 진수해 숫자로는 서태평양 지역 미국 해군력을 능가하게 됐다. 또 1년에 100대가 넘는 최신예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다. 대만, 미국 함정, 일본, 남한, 괌의 미군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대거 배치한 것은 물론 우주 무기도 배치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중국의 대만 공격을 시뮬레이션한 전쟁게임에서 미국이 지는 것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을 경고하는 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관 필립 데이비드슨 제독은 최근 중국의 대만 공격 위험은 “앞으로 6년 내에” 명백해질 것이라고 시간까지 특정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시점이 그때라는 예측이다. 전통적으로 비둘기파였던 미국 민주당에서도 지금 중국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매파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군사력 증대와 더불어 중국의 행동도 의심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신장 위구르인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홍콩의 자치를 짓밟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근래 중국은 대외적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국가의 ‘핵심이익’을 추구해 왔다. 동중국해에서 베트남과 필리핀을 협박하며 산호초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근해에서는 작전을 늘리고 있다. 국경 분쟁이 있는 인도와는 유혈 충돌까지 벌였다. 이런 행동이 중국 지도자들의 언명과 겹치면서 주변의 우려를 배가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양안의 분리를 절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에서 시간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그 결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나라 모두 무력 충돌의 결과에 대해 절대적인 확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협은 계속하겠지만 되돌릴 수 없는 군사적 충돌은 피할 수 있는 한 피하려 들 것이다.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깝게는 시진핑이 대만 통일을 불후의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야망을 품을 수도 있고, 멀리 보면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일을 시도할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려고 든다면 가장 위험해지는 곳은 대한민국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대만 공격은 미국과의 전쟁을 불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의 일환으로 북한을 부추겨 남한을 공격하게 만들 개연성이 크다.
이것이 바로 제임스 로손과 미란다 왓슨의 6부작 소설 《붉은 폭풍》에서 예상하는 사태 전개다. 사실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세계 3차대전을 예측하는 여러 시나리오를 종합한 것이라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천착도 없고 문체도 무미건조하다. 시리즈는 중국과 밀약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의 전력이 유럽에 투입된 사이 중국은 북한을 부추겨 남한을 공격하게 하고 동남아를 접수한 뒤 대만을 무력 침공한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마침내 승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북한은 핵무기도 사용한다.
오래지 않아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든다면, 이처럼 한국이 먼저 위험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 양안 관계 그리고 미·중 관계로부터 한시도 눈을 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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