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대기업 무덤' 된 광주…대형마트 부족해 '원정쇼핑'

입력 2021-05-03 17:20   수정 2021-05-12 18:02


광주시청 홈페이지의 시민 토론 공간인 ‘바로소통광주’에는 “광주에도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이케아 등 쇼핑몰 입점하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달 8일 올라왔다. 3일까지 1029명이 투표에 참여해 1018명이 찬성표를 던진 이 토론은 대부분의 글이 “더 이상 대형 상업시설 입점을 막지 말라”며 광주시 행정을 질타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광주시는 인구 145만 명의 호남을 대표하는 광역자치단체지만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과 프리미엄아울렛 등 대형 복합쇼핑몰이 입점하지 못했다. “시가 투자하려는 기업에 ‘소상공인의 반대 민원부터 해결하고 오라’는 식의 행정 편의주의와 수동적 행태로 일관한 것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무산
광주시는 광주신세계와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200실 규모의 특급호텔 건립을 2015년 추진했다. 광주신세계는 호텔을 짓기 위해 백화점 인근 부지까지 매입했지만, 광주시가 “소상공인과 시민단체가 반발한다”는 이유로 2년여를 끌다 결국 무산시켰다.

광주시가 호남권에 아직 없는 프리미엄아울렛 입점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도 2005년 계획 수립 이후 16년째 공회전 중이다. 단지 내 상가면적을 2만4170㎡에서 두 배인 4만8340㎡로 늘렸다가, 시민단체의 특혜 시비가 불거져 사업을 원점으로 돌렸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는 ‘유통 대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며 “대형 상업시설 투자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입김이 세고, 시의 행정도 이에 영향받아 투자도, 출점도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환경 갈수록 나빠져
광주시가 ‘동네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유통 대기업의 투자를 막는 사이 이미 터를 잡은 지역 대형마트의 영업환경도 갈수록 악화됐다. 광주 최초의 대형마트로 1998년 개점했던 이마트 동광주점은 선택과 집중 전략 등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영업을 종료했다. 2019년 상무점에 이은 광주 지역 두 번째 폐점이다.

이마트는 2010년까지 광주에서 다섯 곳으로 점포를 늘린 뒤 북구 매곡동에 추가 출점에 나섰다. 북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광주시의 건축허가 취소 조치와 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전 끝에 더는 영업망을 늘리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2000년 남구 주월동에 출점을 노렸지만 남구청이 10년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승인을 불허하면서 2010년 끝내 출점을 포기했다. 롯데슈퍼는 2019년 말까지 여덟 곳이었던 광주 지역 점포 수를 작년에 다섯 곳으로 줄였다.

광주 시민들은 “대형 상업시설이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쇼핑’을 가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을 지자체가 과도하게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대중 광주시 투자유치과장은 “소상공인 상권 보호 차원에서 유통 기업에 먼저 투자 유치를 제안하기는 어렵다”며 “기업이 먼저 출점을 신청하면 관련 부서가 검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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