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소셜인프라테크의 임현수 사업총괄이사(41·사진)는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생후 6개월 만에 뇌성마비를 앓은 후유증으로 주변 사람과 평범한 대화도 버거운 중증 지체·언어장애가 있다. 하지만 타고난 컴퓨터 실력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며 어린 시절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고 유명 대기업에도 입사했다. 기세를 몰아 창업에 도전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 앞에 두 차례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런 그가 세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임 이사는 “과거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의 설득으로 재차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신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임 이사는 장애를 지닌 몸임에도 2008년 SNS 검색 서비스 업체인 위인터랙티브를 세워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경영이 악화되면서 2014년 폐업했고,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다시 시작한 사업도 위인터랙티브 폐업 당시의 빚으로 인한 소송 때문에 투자가 보류돼 그만둬야 했다.
재차 창업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과거 SK커뮤니케이션즈 재직 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전 대표가 그에게 사업 합류를 요청하면서다. 전 대표는 “저 또한 한 번의 사업 실패를 겪고 새로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었기에 믿고 함께할 실력자가 필요했다”고 했다.
임 이사에게 자유로운 신체 부위는 손가락 하나 정도다. 대표직이긴 하지만 개발 코드를 점검하거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을까. “기획이나 개발은 머릿속 계산과 컴퓨터로 하는 것이니 큰 무리가 없습니다. 직원들과의 소통도 메신저로 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죠.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유치와 사업이었어요.”
두 창업자가 ‘재도전’의 아이템으로 내민 것은 블록체인이다. 외국 개발자들 중심으로 발전해온 블록체인 생태계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토종 블록체인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개발자들도 ‘토종 코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보스코인 출신 인력들을 채용했다.
아픔을 딛고 창업 전선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상처는 아직 남아 있다. 임 이사는 “지금은 사라지는 추세지만 연대보증 제도로 저처럼 폐업 후 빚더미에 앉게 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실패한 창업자는 도와주고, 잘하는 업체는 더 뒷받침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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