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UBC) 간판 솔리스트인 최지원(34·사진)이 UBC를 떠난다. 2009년 UBC에 입단한 지 12년 만이다. 지난달 18일 발레단 SNS를 통해 퇴단을 알린 그의 다음 행선지는 중국 하얼빈. 2019년 설립된 하얼빈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할 예정이다. 비자가 나오는 대로 출국한다는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최지원은 국내에 팬이 많은 발레리나다. 177㎝의 큰 키를 활용해 쭉 뻗은 다리와 긴 팔로 추는 우아한 춤, 배역에 맞는 애절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발레협회로부터 올해의 ‘프리마 발레리나’ 상을 받았다. 국가대표 발레리나라는 얘기다. UBC의 터줏대감이기도 한 그는 왜 발레단을 떠나기로 했을까. 신체 조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제 키에 맞는 남자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웠어요.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이었죠. 2017년부터 짝이 됐던 중국인 발레리노 마밍(188㎝)이 2년 전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더 그랬습니다. UBC엔 이현준 이동탁 등 장신 발레리노들이 있지만 수석이라 저하고만 춤을 출 순 없었죠. 저에게 맞는 파트너가 있으면 맡을 수 있는 주역도 늘어나고, 좀 더 안정적으로 파드되(2인무)를 선보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최지원의 사정을 알기라도 한 걸까. 하얼빈발레단으로 간 마밍이 단장에게 최지원을 추천했다. 하얼빈이란 도시의 예술적 매력도 그의 마음을 끌었다.
“지난해 초 하얼빈에서 열린 갈라콘서트에 나섰는데, 2015년 지은 오페라하우스가 참 아름다웠어요. 완공됐을 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에 선정될 정도였죠. 발레단도 신생단체라 새로운 레퍼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유연합니다.”
하얼빈발레단 상임안무가인 피터 콴츠가 내놓을 네오클래식 발레도 관심을 끌었다. 고전 발레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의 주역 대신 새로운 춤에 도전하겠다는 것. 네오클래식 발레는 고전 발레와 달리 서사가 생략돼 있다. 춤 동작에만 집중해 예술성을 극대화한 발레다. 토슈즈를 벗고 맨발로 무대에 오르거나 즉흥 댄스를 추기도 한다.
최지원은 “장르를 넘나들며 춤을 춰야 역량이 커진다”며 “정체하거나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은 아니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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