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고용상태 간 노동이동 분석을 통한 실업률 분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 등 일시적 요인이 지난해 실업률(4.0%)에 미친 영향은 0.1%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악의 고용절벽을 주로 코로나 탓으로 돌려온 정부 시각과는 판이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통계청은 고용동향 발표시 취업자 감소 원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음식·숙박 등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줄어든 점”을 주로 꼽아왔다.
이에 반해 한은은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비경제활동 인구나 실업자 등이 취업자로 전환되는 연결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고용창출 능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됐다는 얘기다. 한은은 비교적 장기간 추세적으로 진행돼 온 공장자동화, 노동집약 부문의 해외이전 외에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정부의 직접 고용 강화, 노동시장 경직화 등을 고용 부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 충격보다는 정부의 지나친 노동시장 개입이 고용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4년간 연평균 취업자 증가 폭이 12만4000명으로, 박근혜 정부(36만4000명)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가 터지기 한참 전인 2018년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2018년은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 16.4% 인상됐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해다. 당황한 정부가 단기 일자리에 재정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4년간 주 40시간 미만 ‘단기 일자리’는 213만 개 늘었지만 주 40시간 이상 ‘양질의 일자리’는 195만 개 줄었다. 이전 정부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자리가 214만 개 늘고, 주 40시간 미만은 72만 개 감소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결국 코로나 이전부터 고용위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정부의 고용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가 진정되더라도 고용시장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은 보고서는 코로나 등에 따른 경기변동과 실업률 간의 상관관계는 크게 약화됐으며,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비롯해 정부의 구조적인 고용대책이 없다면 일자리 상황을 호전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은의 모처럼 냉정한 분석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제시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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