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집주인들이 매수자에게 중개 비용을 전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호가가 뛰고 매물이 줄면서 매도인 우위시장이 되자 벌어진 일이다.
4일 영등포구 인근 재건축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A공인 관계자는 “워낙 매물이 없고 사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각종 사정이 있는 집주인들이 집을 팔면서도 비용을 요구하는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매수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집값은 여의도·압구정·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주요 재건축 단지는 물론 노원·송파 등 대부분 정비구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터지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넷째주(26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오르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월 이후 매주 둔화해 이달 첫째주 0.05%까지 낮아졌으나 4·7 재·보궐선거 직후인 이달 둘째주 0.07%로 반등한 데 이어 지난주와 이번주 0.08%로 높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23일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면적 140㎡가 39억8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최고가는 올해 1월 34억6000만원으로 몇 달 만에 5억원이 넘게 올랐다. 미성2차는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6곳 가운데 1구역에 속해 있으며 현재 재건축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신고가가 연이어 나왔다. 목동신시가지3단지 전용 122㎡는 지난 24일 24억원에 신고가 거래돼 직전 가격보다 3억원 뛰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지역에서도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에선 상계주공9단지 전용면적 58㎡형(12층)이 6억 5000만원에, 29일 주공5단지 32㎡형이 7억원(1층)에 팔렸다.
재개발 구역도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목동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월동 재개발 구역에선 최근 호가가 5000만원 가량 올랐다. 이 지역 K공인 대표는 “한 두달 전만해도 전세를 끼고 5억원대에 투자할 수 있는 매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 6억원을 지불해도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목동 재건축 소식이 나오면서 이 곳도 간접적으로 수혜를 입는다. 매매가가 오르면서 갭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매 거래를 성사하고 싶어하는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집주인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재건축·재개발 주택을 중개하는 일부 중개업소 사이에선 매수자들에게 매도인의 중개 수수료를 대신 받는 행위가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최근 북아현동 재개발 예정구역에서 다세대 주택을 매수한 박모 씨(43)는 “매매가가 10억원가량 빌라를 거래하면서 매도인 복비를 포함해 총 1500만원의 중개 수수료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계약이 끝난 후엔 부당한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것 같았는지 중개수수료도 선불로 달라더라"며 "금액도 일부를 겨우 깎아 저만큼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집주인들은 위로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마포구 내 재건축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L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단지의 매매거래를 하다보면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집값이 뛰곤 한다”며 “이를 본 집주인들이 대략 2000만~3000만원 수준의 위로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나오니 매수자들이 대부분 따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