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제조기업의 노무담당 임원은 4일 “생산 라인을 무단으로 멈춰 세우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를 때린 해고자들이 7월부터 노조 활동을 재개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고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개정 노조법이 7월 6일 시행되는 데 따른 우려다. 노조법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난해 말 개정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해고자는 5년간 1만 명에 이른다. 각 회사 노조는 매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이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그동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이 개정된 만큼 해고자 중 상당수가 노조에 재가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는 강성 조합원까지 가세한 노조가 내부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파업을 무기로 더 큰 요구를 할 경우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산업계 전반이 몸살을 앓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회사 측이 최소한의 대응권이라도 갖도록 해달라며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해고자의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을 제한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해고자는 사전 승인된 곳이나 노조 사무실에 한해 출입하도록 하고,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는 경우 퇴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경영계 요청이다. 해고자가 생산 현장을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사업장을 무단 점거하는 형태로 조업을 방해하는 경우 이를 행정관청에 신고해 점거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는 요청도 있다.
정부가 경영계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노조법 개정 전에도 경영계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는데 모두 묵살당했다”며 “시행령에라도 보완 방안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꿈쩍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노조법과 관련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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