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한페이판’을 고객의 손안에서 모든 금융과 라이프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금융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신한카드는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이후 한 차례도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은 카드업계 선두주자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관련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들이 카드시장에 줄줄이 진입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플랫폼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대응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팀장급 직원에게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 속도전에 유리한 조직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 플랫폼으로는 신한카드가 보유한 결제 앱 신한페이판을 개편하기로 했다. 신한페이판은 월간 530만 명이 이용하는 신한카드의 간편결제 앱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디지털 지갑 기능을 신한페이판에 추가할 계획이다. 월간 사용자 600만 명을 넘긴다는 게 신한카드의 1차 목표다. 디지털지갑은 은행 계좌와 연결해 자동 충전 방식으로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신한페이머니’를 지원한다. 오픈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 계좌 조회 및 송금도 가능하다. 비회원도 휴대폰 인증을 거쳐 가입 및 사용이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회원 위주의 카드 결제라는 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비회원 및 충전식 간편결제를 아우르는 플랫폼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라이프 및 개인사업자 금융 플랫폼도 8월 이전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디지털 영업 채널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작지 않다. 신한카드는 모집부터 명세서, 승인 알림 등을 모두 자동화했다. 이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난해 2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이 같은 전방위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절감된 비용은 신사업 발굴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데이터 분석 기법을 도입해 다중채무자와 자영업자 등 고위험군 특화 모형을 개발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개인 소비 행태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상권 변화 등을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도 만들었다. 코로나19 민감도가 낮은 소상공인과 중·저 신용자를 발굴해 신용 한도와 대출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신한카드는 본사 직원들이 지방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든 공유 업무공간인 스마트워크플레이스(Smart work place)도 확대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주말부부 직원이 서울에 원룸을 빌려 출퇴근할 필요 없이 부산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신저나 메일, 화상회의 등을 활용해 원격 근무를 하면 된다. 신한카드는 현재 부산과 대전, 대구, 제주 등 네 곳에 스마트워크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수도권 세 곳에 스마트워크플레이스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도 수평적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ESG 평가지표인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에 따르면 인재와 조직문화 관련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름인도서관에서는 재능 기부에 나선 신한카드 직원들이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아직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지 않은 공교육을 대신해 신한카드가 초등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합리적인 소비생활 및 기초 금융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신한카드 임직원의 봉사활동 시간은 2935시간에 달한다.
ESG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4억달러(약 4590억원) 규모의 ‘소셜 본드’를 발행했다. ESG 채권 중 하나인 소셜 본드는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배려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렌털 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우수 중소 제조기업의 렌털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소상공인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등 중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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