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등단 30년…새 시집 '공항철도' 출간

입력 2021-05-05 16:55   수정 2021-05-05 23:52

‘요양병원의 좁은 침대에 갇혀/봄이 오는지도 모르는 엄마/착한 치매에 걸려/환자가 아니라며 환자복을 벗고/“나 아픈 데 없다/내가 집이 없어 여기 있지”/언제나 핵심을, 핵심만을 말하는 당신/“나도 너 따라 가련다”/일어나는 엄마를 두고 병실을 나왔다’ (시 ‘불면의 이유’ 중)

1991년 어느 날,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서른 살 청년이 문득 일기장을 펼쳤다. 그 안에 시가 담겨 있었다. 우연히 찾아낸 시들은 이듬해 그에게 ‘시인’이란 이름을 선물했다. 3년 뒤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 기억을 엮어낸 첫 시집을 냈다. 지금껏 50만 부 이상 팔린 최영미 시인의 베스트셀러 《서른, 잔치는 끝났다》이다.

등단 30년째를 맞은 최 시인이 신작 시집 《공항철도》를 출간했다. 감정의 강한 진폭이 숨김없이 담긴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이후 2년 만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읽힐 수 있는 시도 적지 않지만 소박한 삶의 장면을 품고 다가서는 시가 더 많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일상도 시로 피어났다.

‘또 늦었구나/양파를 다지고/두부를 으깨고/간소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어/설탕도 휘휘 뿌려/(중략)/급하게 서두르니 왼발이 운동화에 들어가지 않아/손으로 밀어 넣고 마스크를 쓰고/건널목을 세 번 건너/요양병원의 어머니에게 도시락을/나의 죄의식을 전달하고’ (시 ‘나의 전투’ 중)

첫 시집과 이번 시집 사이에 놓인 30년 가까운 세월. 그는 “시를 버릴까, 버려야지, 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찌어찌하여 지금까지 붙잡고 있을 수 있었다”며 “이번 시집에서는 코로나가 할퀴고 간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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