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악재는 또 있다. 지난 3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바이오를 포함한 고평가 성장주가 공매도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공매도를 활용해 ‘비싸 보이는 것은 팔고, 싸 보이는 것은 사는’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고평가된 종목의 주가가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공매도에 대응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PBR이 낮은 종목 중에서도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5일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PBR이 가장 낮은 종목은 한국전력이다. 12개월 선행 PBR은 0.22배다. 한전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영업이익이 5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2개월 선행 PER은 30.63배로 치솟았다. 수익으로 보면 싸지 않은 주식이다.
전경대 파인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PBR이 낮은 종목도 ‘싸니까 사자’라기보다는 경기 회복 국면에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는 종목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BR 1배 미만인 업종에는 유틸리티, 은행, 보험, 유통, 통신, 철강, 자동차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공매도 재개 후 피해가 적었던 종목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진행 중인 기업이었다. 지난 3~4일 이틀간 기관투자가는 현대차, 기아, LG디스플레이, 호텔신라, 현대모비스, 에쓰오일 순으로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종목은 LG화학, SK하이닉스, 포스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LG유플러스 순이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PBR 1배 미만 업체 중에는 기업 간 거래(B2B) 업종도 많아 개인의 ‘직관매매’ 대상은 아니었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이 개인이 좋아할 만한 고평가 성장주에는 공매도를 하고, 싸다고 인식되는 종목은 사들이면서 저평가 종목이 재평가받을 시점”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PBR이 낮은 종목이 주목받는 이유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장은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은 주식시장에 호재(경기 회복)와 악재(궁극적으로 채권의 상대적 매력 회복)가 동시에 나타나는 시기”라며 “자산은 많은데 그동안 소외됐던 자산주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실적이 더 주목받는 종목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커지면서 주가도 조정받을 수 있다. 반면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인 만큼 경기 민감주는 실적이 좋아지면서 시장에서도 주목받는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도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이다. 삼성전자(5.01%), 삼성바이오로직스(43.4%)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만 약 54조원으로, 삼성물산 시가총액(약 25조원)의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상사 업종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다. LG상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4일 이틀간 각각 7.95%, 3.57% 올랐다.
통신 업종도 반등하고 있다. 3~4일 LG유플러스는 5.68%, KT는 2.65% 올랐다. 4일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1.32% 올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신주는 절대 가격이 싼 데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며 “단순히 방어적 투자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SK텔레콤), 시장과 소통하는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거버넌스 리스크가 줄어드는(KT) 등 억눌려 있던 요인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공매도 안전지대’에 있었다.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올 3~4월 박스권에 갇혀 있던 두 종목은 3~4일 각각 5.42%, 5.06%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8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PER은 10.24배, PBR은 0.78배에 불과하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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