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노원 바이오단지, 서울대병원 유치 '삐걱'

입력 2021-05-05 17:45   수정 2021-05-06 02:50


서울 노원구에 대형 바이오·의료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당초 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서울대병원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노원 바이오·의료단지는 고(故) 박원순 시장의 강남북 균형발전 핵심 사업이었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노원 창동차량기지와 도봉 운전면허시험장 부지 총 24만6000㎡에 스포츠경기 시설인 돔구장과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5년까지 차량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난 뒤 공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방안은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제시한 지역개발 공약 사안으로, 기존에 계획했던 바이오·의료단지는 잔여 부지에 축소 배치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 박 시장은 이 부지 전체에 대형 병원과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오 회사들을 유치해 대규모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서울 외곽에 있어 일자리가 부족한 노원·도봉·강북·성북 등 동북권의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노원구는 창동차량기지를 경기 남양주시에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고, 도봉 운전면허시험장의 경우 의정부시로의 이전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바이오·의료단지의 ‘앵커(중심)시설’로 서울대병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 준비작업이 본격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가 바이오·의료단지의 밑그림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서울대병원 측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바이오·의료단지가 축소될 경우 굳이 이 지역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단순히 진료만 하는 병원을 세우려는 게 아니라 희귀난치질환치료 등 연구개발(R&D) 역할을 위해 본원의 일부 기능을 이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 시 노원 바이오·의료단지 조성사업 자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 및 바이오기업, 의료연구기관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국내 최고 의료 수준을 갖춘 서울대병원 유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의정부시가 500억원 규모의 도봉 운전면허시험장 이전 보상비 지급 시기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의정부시는 서울시가 내년에 150억원을 선지급하고, 사업 실시계획 인가 고시가 난 직후 나머지 350억원을 모두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 완료 시까지 분할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돔구장과 쇼핑몰 등 상업시설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역 주민에게 실익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며 “동북권 주민들의 염원이던 바이오·의료단지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을 최대한 설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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