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초대 이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살률 증가를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6일 출범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기존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합한 기관으로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을 수행·지원하는 단체다.
황 이사장은 감염병 사태 장기화로 인한 ‘코로나 블루 자살’을 예방하는 사회적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간 자살자(잠정치)는 1만3018명으로 전년도(1만3799명)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극단적 상황에 몰린 사람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 이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2~3년이 지난 후부터 사람들이 경제적·심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자살률이 크게 뛰었다”며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단체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시민부터 자살예방에 참여하는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게 황 이사장의 지론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 중 93%가 주변에 이상 징후를 보이는 만큼 이를 미리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마트 주인이 소주와 번개탄을 구매해 자살을 시도하려던 사람을 경찰에 신고해 불의의 사고를 막은 것이 좋은 사례”라며 “사소한 징후라도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 이사장은 25년간 정신의학과에 몸담은 베테랑 의사다. 수많은 환자를 치료해왔지만 그 역시 한국의 높은 자살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2018년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했고 자살예방 정책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지만 2019년 기준 자살률은 10만 명당 2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극단적 선택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입니다. 하지만 그런 질환이 나타나게 된 이면을 보면 가족 해체, 경제적 빈곤, 노령인구 급증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있죠.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입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자살 선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심리부검’ 사업을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황 이사장은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언론,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 다방면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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