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프랑스의 공항설계기관 ADPi가 용역을 맡아 신공항의 후보지를 결정했다. 그들은 국제적 표준에 따라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새로 만들어 수용력을 확장하고,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지난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그 결정이 뒤집혔다. 여야는 가덕도특별법을 만들었고, 정부는 김해신공항을 아예 백지화했다.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 가덕도는 이제 ‘희망의 땅’을 약속할 것이다. 가덕도엔 정말 제대로 된 공항이 가능한 걸까. 부·울·경에선 이미 가덕도 신공항 기술위원회를 구성했고, 국토교통부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전타당성 검토를 곧 시작한다.
그런데 가덕도에 삽질하기 전에 분명히 따져야 할 게 있다. 그간의 결정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말이다. 꼼꼼히 검토할 건 그간의 평가내용이다. 괄호 안의 숫자(가덕도 : 김해공항)는 5점 만점으로 평가했던 점수다. 이걸 뒤집는다면 ADPi의 보고서가 잘못된 것이다.
첫째, 안전한 운항을 위한 운영상의 고려사항이다. 주변 공역을 고려했을 때 처리 가능한 활주로의 시간당 교통량(3.13 : 3.69), 이착륙 절차를 고려한 공항 간의 공역 활용도(2.00 : 5.00), 활주로의 체공선회가 상호 간섭을 받는 장주비행 여건(2.9 : 4.5), 선박 높이 50m 이상인 선박 수로의 영향(4.0 : 5.0), 이착륙을 위협하는 측풍의 영향(4.35 : 4.9), 지진, 해일, 지반공학적 위험 등 자연재해의 영향(0.78 : 2.75)은 모두 가덕도가 김해공항의 점수보다 낮았다.
둘째, 전략적 고려사항이다. 주민 10만 명 이상 배후도시의 접근성(2.7 : 4.1), 공항도시 개발을 위한 토지 가용성(2.65 : 3.45), 공항까지 도로의 접근성(2.22 : 3.31)과 철도의 접근성(2.06 : 4.15)도 모두 가덕도의 점수가 현저히 낮다.
셋째, 사회·경제적 영향으로 신공항 부지 인근의 10개 이상 문화유산(0 : 2.5), 부지 매립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손실(0 : 4.09), 동식물 생태계의 훼손(0 : 1.875), 야산 절개·절단에 따른 지형과 경관의 변경(2.0 : 5.0)에선 가덕도의 점수가 모두 최악이다.
넷째, 비용과 사업위험에 대한 사항이다. 보상비와 부지조성을 위한 사업비(2.97 : 5.0), 정치적 개입, 소송과 법적 조치로 인한 사회적 불확실성(1.25 : 4.5), 부지조성과 부동침하, 장애물 등 기술적 불확실성(0.75 : 3.0), 교통량 감소에 따른 규모의 조정 가능성(0.75 : 3.0) 역시 가덕도는 김해공항과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가덕도는 2016년 ADPi의 후보지 평가에서 밀양보다도 낮아 꼴찌였다. “가덕도는 자연공항 후보지가 아니므로 높은 공사비, 시공 리스크, 산지 절토와 매립으로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침. 김해공항과 근접해 항공교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지역민 생업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함.” 당시 국토부가 내린 사전타당성조사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런데 출근 첫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추진할 뜻을 재차 밝혔다. 약속과 신뢰를 버린 건 정치와 정책이다. 가덕도특별법은 총리실이 주관했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보고서가 출발점이다. 그 보고서의 뒤바뀐 결론부터 검증해야 한다. 잘못 끼운 첫 단추는 풀어야 한다. 이걸 짚어보지 않고 삽질을 시작하면 가덕도는 재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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