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3사에서 현대·기아로 이동 증가
-현대·기아에서 수입차로 이동은 제네시스가 일부 방어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기아와 수입차의 양자대결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6일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자동차 대체 구매 때 현대·기아(제네시스 포함) 보유자의 재구입률이 급상승했고 수입차 점유율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산 중견3사는 두 진영의 협공에 고객을 빼앗기며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그간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기아를 중심으로 중견3사와 수입차가 경쟁하던 '2강3중+α'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현대·기아라는 아성에 수입차 정예군단이 도전하는 양자대결 체제로 변화가 예상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01년부터 매년 7월 1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에서 지난 1년 내 승용차 대체 구입자(신규구입 제외)를 대상으로 이전 브랜드와 현재 브랜드가 무엇인지 물어 최근의 이동성향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2016년의 결과와 비교해 변화 추이를 확인했다.
현대·기아는 2020년 대체시장 전체의 절반가량(48.4%)을 양사 브랜드 내에서 소화하면서 사실상 시장을 장악했다. 이전 보유자(65%) 4명 중 3명이 다시 현대·기아 브랜드로 갈아탔다. 여기에 타 브랜드 군에서의 유입을 포함하면 시장의 거의 3분의2(64.1%)를 지속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수입차는 17.0%를 점유해 대체 전 9.8%에서 가장 큰 폭(7.2%p)으로 점유율이 증가했다. 국내 중견3사(한국GM·르노삼성·쌍용)의 점유율 19.0%를 넘어설 기세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르면 금년(2021년), 늦어도 2~3년 내에 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컨슈머인사이트 관측이다.
수입차는 현대·기아와 중견3사 모두에 대해 유입이 유출보다 컸다. 특히 현대·기아에 대해서는 4.9%p(7.9% -3.0)의 순유입 효과를 거뒀다. 이는 수입차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뜻한다.
중견3사는 대체 전 점유율 25.2%의 절반 이상(12.7%)을 현대·기아에 잃고, 그보다 적은 9.4%만을 지켰다. 중견3사 당면위기의 대부분은 현대·기아로의 유출 때문이며 수입차로의 유출 영향(3.1%)은 크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재편이 현대·기아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2020년까지 4년간의 가장 큰 변화는 현대·기아 지배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됐다는 점이다. 2020년 현대·기아의 대체 후 점유율은 64.1%로 4년 전인 2016에 비해 7.5%p나 증가했다. 이 증가의 대부분은 현대·기아 소비자의 재구입에 의한 것이다. 이들의 재구입률은 48.4%로 4년 전에 비해 5.5%p 증가했다. 즉 4년 전에 비해 현대·기아는 더 구입하고, 중견3사와 수입차는 덜 구입(각각 -4.9%p, -0.9%p) 한 결과다.
수입차는 브랜드 내 재구입이 6.0%로 4년 전보다 1.7%p 증가했다. 반면 현대·기아로부터의 유입은 4년 전에 비해 0.9%p 감소(8.8% -7.9%)했고, 유출은 1.2% 증가(1.8% -3.0%)했다. 그 이유는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 효과로 볼 수 있다. 제네시스는 '현대·기아→수입차' 유출을 억제하는 한편 '수입차→현대·기아' 유입을 촉진하는 유용한 전략적 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중견3사는 브랜드군 내 재구매가 9.4%로 4년 전보다 2.8%p나 줄었다. 이전 보유자(25.2%) 10명 중 5명(12.7%)이 현대·기아로, 1명 이상(3.1%)은 수입차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3~4명만 남는 모양새다. 그 동안 경영난과 함께 노사분쟁, 매각설, 신차 기근 등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소비자 충성도가 크게 약화됐음을 보여 준다.
현대·기아 브랜드 입장에서 수입차와의 이동 관계를 살펴보면 유입과 유출 격차가 2016년 7%p(8.8% -1.8%)에서 지난해 4.9%p(7.9% -3.0%)로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유출이 유입보다 2.5배 이상 많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대·기아 고객의 수입차로의 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 지배력 강화, 수입 브랜드 비중 확대, 중견3사의 급속 약화로 이행하고 있다"며 "다각구도와 달리 양자대결은 사활을 건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게임체인저들이 등장하고 대기하고 있어 언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격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는 상품(디바이스) 전략과 서비스 전략이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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