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자동차 반도체의 부족현상이 심각합니다. 자동차 반도체가 없어 자동차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부족한 반도체가 쓰이는 옵션을 제외하면 차값을 내리는 '마이너스옵션'까지 내걸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반도체시장은 시장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공급사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한 반도체가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문을 열면 차량 내부 조명을 켜주는 반도체는 그 명령만 수행하는 식입니다. 하나의 기능을 위한 반도체가 특정 차량에 적용되기 까지 3~5년씩 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NXP반도체(NXPI)입니다. 네덜란드 회사인 NXP반도체는 BMW·포드·혼다·토요타·현대·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을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차량용 반도체입니다.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이 벌어지면서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서 19.74% 올랐습니다. 5일(현지시간)에는 190.41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4월 5일 최고 종가였던 214.70달러 대비 11% 가량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상승세에 대응하는 차익실현 물량과 자동차 업체의 감산 움직임에 따른 성장세 둔화 우려가 겹친 탓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NXP반도체를 지금이라도 사야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근거는 크게 4가지로 정리됩니다. 먼저 반도체 공급 부족은 NXP반도체의 가격협상력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가격 결정권이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향후 자율주행차량 시대에서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세는 구조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두번째는 실적 개선세입니다. 권윤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오스틴 공장이 한파로 2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가동이 중단 됐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가이던스로 매출액 25억~26.4억달러, 영업이익 7.7억~8.4억달러를 제시했다"며 "시장이 기대하는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번째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입니다. NXP반도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7~18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절대적인 밸류에이션도 낮을 뿐 더러, 경쟁사인 독일 기업 인피니언 테크롤로지(21배)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입니다.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상승 이벤트'입니다. NXP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NXP반도체는 꾸준히 인수대상으로 거론되는 회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을 가만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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