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증시 입성하는 해운·조선사

입력 2021-05-06 17:29   수정 2021-05-12 20:11


오랜만에 호황기를 맞은 해운·조선사가 줄줄이 자본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3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는 에이치라인해운을 비롯해 SM상선, 현대중공업 등 간판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 입성을 노리는 중이다. 삼성중공업과 대한해운 등은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업황 개선과 유동성 장세를 이용하려는 해운·조선사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년 만에 나온 해운사 IPO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치라인해운은 최근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IPO 재개 의사를 전달하고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의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하면 이르면 올 4분기 IPO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중견 해운사 SM상선이 계획대로 일정을 밟는다면 올해에만 해운사 두 곳이 증시에 입성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해운사 상장은 2007년 KSS해운 이후 14년 만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2014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다. 한앤컴퍼니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8년 에이치라인해운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해운업황 침체 장기화로 중도에 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폭등과 해운 물동량 증가 등으로 벌크업황이 가파르게 개선되자 서둘러 IPO 준비에 다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해 매출 7005억원, 영업이익 1858억원을 기록했다.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6년 전보다 외형과 이익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운송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표적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5일 3266을 기록하며 2010년 6월 15일(3020) 이후 약 11년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468% 뛰었다.

한동안 실적 악화로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해운사들은 간만에 찾아온 호황을 자금 조달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240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약 3년 만에 자력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대한해운도 1865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1년 전만 해도 자본시장에서 이 정도 자금을 끌어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사도 兆단위 조달 시동
최근 연이은 대형 수주를 통해 부활을 알린 조선사들도 자본시장에 돌아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4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유상증자는 2018년 4월(1조4088억원) 이후 3년 만이다. 국내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IPO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오는 8월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계획을 밝혔던 지난 1월 26일 이후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40% 이상 뛴 것을 고려하면 당초 목표했던 1조원보다 많은 금액을 손에 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뛰어들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투자자들의 호평 속에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신조선 발주 규모는 102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다. 국내 조선사 발주 물량(532만CGT)은 이 기간에 무려 867.5% 증가했다. 전방산업인 해운업 호황이 본격화된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해운·조선사가 부활에 성공하면서 자금 조달 환경도 더욱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그늘에 있던 해운·조선사들이 대규모 이익을 낼 수 있는 호황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진성/윤아영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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