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전관들의 잔치’가 벌어진 것은 ‘종합심사낙찰제’라는 발주방식 탓이라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2019년 기술경쟁 유도를 명분 삼아 도입된 이 제도는 입찰가 외에 업체 역량과 ‘사회적 책임 준수’ 같은 정성(定性) 항목까지 평가한다. 문제는 이런 평가방식이 발주시장을 전관들의 ‘수주 놀이터’로 만들었을 개연성이다. 경실련은 이번 폭로에서 전관 고용 업체들 간 입찰담합 의혹도 강하게 제기했다. 모두 신속한 수사로 위법 여부와 실상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 문제는 ‘전관예우’라는 고질적 적폐다. 경쟁입찰 물량이 전관 업체에 대부분 낙찰된 것부터가 의혹투성이지만, 관급물량이 나올 때마다 2개 업체씩 돌아가며 참여해 수주한 것도 전관 커넥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LH 불법투기 파동이 얼마나 됐다고 또 국토부냐”라는 비판이 의당 나오겠지만, 전관 혜택은 국토부만의 구태가 아니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몸값’이 가장 많이 뛴 이들이 전·현직 고용노동부 공무원이라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웬만한 로펌 치고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안 간 곳이 없는 현실은 또 무엇을 말하나. 규제 입법이 추가될 때마다 관련 전관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가뜩이나 한국 행정은 과도한 감독·징계권에다 공무원 재량권에 좌지우지돼 기업 ‘대관(對官) 업무’는 사철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회 쪽 전관들의 기업행(行)도 만만찮다. ‘사회적 먹이사슬’ 최상부에 정치가 똬리를 틀고 있고, 국회가 모든 국가기관 위에 군림하려 들수록 ‘여의도 전관’까지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규제만능 관(官) 우위 사회의 짙은 그늘이다. 법조계의 사법부 전관에 행정·입법부 전관들까지 활보하면 한국은 어떤 사회가 될까. 경제가 숨이나 제대로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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