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운영되는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 매입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이를 ‘한국형 FIT’라고 부른다. FIT는 Feed in Tariff의 앞글자만 딴 용어로 발전차액지원제도다.
6개 한전 발전자회사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해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중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으로 채워야 한다. 올해 이 비중은 9%다. 한국은 이제까지 석탄발전과 원전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의무 비중을 맞추려다 보니 태양광 등을 급속히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소형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시장 가격보다 1.2~1.5배의 가격으로 전력을 사주기로 했다. 또 농민, 어업인, 축산농가, 협동조합 등에는 일반 사업자(30㎾ 미만)보다 세 배 이상(100㎾ 미만)의 태양광 사업을 해도 전력을 매입하기로 했다. 더불어 한 번 계약을 하면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 보조금 사업이 ‘20년짜리 복권’으로 불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애초 이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태양광 사업자가 난립하고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알아챈 일부 도시민은 소형태양광 지원 사업이 일반사업자(30㎾ 미만)보다 농부(100㎾ 미만)에게 혜택이 크다는 점을 노렸다. 또 농민은 농협에서 설비자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서울의 20대 여성 A씨도 이 같은 사례다. 허술한 농민 인증 제도를 활용해 농민이 됐다. 마을 이장에게 얘기만 잘하거나 친인척을 동원하면 ‘경작사실확인서’를 발급받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신도시 예정지 농지 투기와 다를 바 없었다.
가짜 축사 등 가건물을 세우고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정모씨는 ‘무늬만 버섯농장’을 만들고 그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세워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노모의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정부와 한전 자회사들이 엄밀히 검증한다면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라고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적했다.
중복 투자도 횡행한다. 농촌에선 이를 ‘쪼개기’라고 한다. 한 태양광사업협동조합은 79개 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약 1억원의 보조금을 타냈다. 다른 협동조합은 15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보조금만 1억2400만원을 챙겼다. 1~2개의 대형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활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부는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올해부터 태양광 쪼개기를 막기 위해서 일반사업자는 3개, 협동조합은 5개까지만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소형 태양광발전 사업자에 대한 구매단가도 이전보다 낮추고 있다. 하지만 소급적용은 안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국형 FIT가 돈 먹는 하마가 되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며 “불법 사례를 뿌리 뽑아야 제도가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