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단기 주택공급 사업에 다수의 민간사업자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까지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신청한 물량은 총 3만600가구로 정부의 올해 목표치(3만8000가구)의 80%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물량은 2300가구로 상반기 공급 목표 1만 가구의 4분의 1을 밑돌았다. 또 호텔, 상가 등을 개조한 주택 등에 얼마나 수요가 분산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신축매입약정, 공공전세주택, 비주택리모델링사업 등 정부의 단기주택공급 사업에 지난달 말까지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3만600가구에 해당하는 신청이 접수됐다고 6일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 ‘2·4 대책’ 등을 통해 단기 주택공급 방안으로 제시한 물량은 올해 3만8000가구, 내년 4만2000가구 등 총 8만 가구(서울 3만2000가구)다. 올해 계획 물량의 80%가량을 민간 사업자가 신청한 셈이다.
신축매입약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사전약정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건축하는 주택을 사들여 시세 50% 이하의 임대료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사업자로서는 준공 후 공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올해 공급 목표로 2만1000가구(약정 체결 기준)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1만8000가구가 신청됐다. 수도권은 서울 2700가구를 포함한 총 7600가구다. LH 등은 심의를 거쳐 이 중 1400가구에 대해 약정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전세대책을 통해 새로 도입된 공공전세는 올해 공급 목표 9000가구보다 많은 9600가구(수도권 5200가구, 지방 4400가구)에 해당하는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900가구는 계약까지 완료했다. 이 주택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오피스텔, 다세대 등 중형 신축 주택을 확보해 3~4인 중산층 가구에 공급하는 것이다. 주변 전세 시세 90% 이하의 보증금으로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신축매입약정 등에 비해 거주비용이 비싸지만 월세가 아니라 전세로 거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무주택자는 소득·자산 요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경기 안양시에서 1호 공공전세 입주자를 모집한 데 이어 다음달께 서울 노원구, 금천구, 인천 서구 등 사업지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해 새 학기 이사 수요 등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기 주택공급 사업에 민간 사업자가 많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두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사업자 신청 후 현장 조사와 매입 심의, 계약 체결 등을 하게 된다. 현장 조사와 매입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실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발업체들이 입지 등이 좋지 않아 민간 사업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 곳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곳은 사업이 확정된 이후 수요가 붙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먹거리가 사라진 개발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대거 신청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실제 계약한 물량은 신축매입약정 1400가구와 공공전세 900가구 등 2300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두 사업 모두 신청 가구 대비 계약 비중이 10%를 밑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공공전세 등은 3월 말에야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해 물리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목표량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목표대로 공급이 이뤄져도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연립 중심인 데다 분양이 아니라 임대여서 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공급이 이뤄지기 전에 물량을 빨리 늘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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