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은 한 뼘 크기 스마트폰부터 성인 남성 두 명이 감싸도 부족할 만큼 거대한 양문형 냉장고까지 다양하다. 평면은 넓지만 두께는 얇은 디스플레이 TV, 부피는 작지만 단위 면적당 가격은 가장 비싼 반도체까지…
삼성전자는 세계 각지로 생산품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다양한 물류 기술 연구를 해왔다. 오랜 기간 ‘족보’처럼 전해져온 노하우는 ‘가장 넓은 제품부터 바닥에 깐다’는 현장의 대원칙 하나였다. 요즘엔 이 말이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활약 덕분이다. 권영준(47) 삼성SDS 인공지능(AI)연구센터장은 “강화학습을 통해 로딩 옵티마이즈, 즉 물류 최적화를 이뤄냈다”며 “짐을 싣고 내리는 순서에 따라 마치 오락실의 테트리스처럼 빈틈없이 최대한 짐을 싣는 방안을 인공지능이 찾아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무게라도 화물을 20% 이상 더 많이 적재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이 삼성SDS가 개발한 통합 AI 기반 제조 현장 지능화 플랫폼 ‘브라이틱스 AI’에 집약돼 있다. 권 센터장은 “제조부터 판매까지 프로세스 전 단계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최적의 분석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분산돼 있는 기업 데이터를 모아 최적의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삼성SDS의 데이터 전문가들의 분석을 더한다.
현장 물류 효율화뿐만 아니라 자연어 기반 Q&A 업무용 챗봇, 문서 이미지에서 텍스트 정보를 추출한 도면 인식(AICR)도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권 센터장은 “삼성SDS AI연구센터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공지능 기계독해 능력 대회 ‘마르코’ 에서 스탠퍼드대, 구글 등을 제치고 한국인팀 최초로 1위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삼성SDS는 이런 자연어 처리 능력을 활용해 업무용 챗봇 및 고객상담용 챗봇 등을 고객사 맞춤형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삼성SDS 브라이틱스 AI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경우 주 단위 휴대폰 판매량 예측에 브라이틱스 AI를 적용했다. 매달 판매 목표량 달성을 위한 프로모션의 필요 여부와 프로모션 가격을 결정했다. 매뉴얼로 해오던 판매량 예측이 브라이틱스 AI를 통해 자동화됐다. 판매 예측을 위한 업무량은 줄어들고 비용 효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권 센터장은 “삼성SDS와 일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세계에서 영역을 가리지 않고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렸기 때문”이라며 “연구센터의 많은 인재와 함께 삼성의 AI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 권영준 AI연구센터장
△1973년생 △미국 노스웨스턴대 전기전자공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전자공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공학 박사 △미국 퀄컴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미국 MIT 링컨연구소 테크니컬 스탭 △삼성SDS AI연구센터장(상무)
김진원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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