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미국 식료품 물가까지 급등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수산물, 닭고기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식료품 제조업자들이 수개월간 경고해온 고(高)물가 현상이 미국 장바구니 물가를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닐슨IQ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수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평균 18.7%(4월 24일 기준) 상승하며,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조리식품은 8.8% 상승했고, 미국인들의 주식인 롤·번 등 제빵류와 베이글은 각각 7.5%, 6.6%씩 올랐다. 블룸버그는 "닐슨IQ가 추적한 총 52개 식료품들 중 버터와 우유를 제외한 나머지 50개 항목의 가격은 1년 전보다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KFC, 윙스톱, 버팔로와일드윙 등 미국 닭고기 테이크아웃 전문점들이 가파르게 급등한 닭고기 값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어너배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당 평균 1달러였던 닭가슴살은 올해들어 2배 올라 지난 3일 기준 2.04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닭가슴살의 지난 10년간 평균 가격은 1.32달러였다.
지난해 초 1.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던 닭날개도 최근 2.9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WSJ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장 및 배달이 비교적 용이한 닭날개 요리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닭날개 판매량은 지난 1년간 3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고기 수급난이 심각해지자 KFC는 지난달 가맹점주들에게 치킨 신제품의 온라인 판촉활동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세 △운송비 급증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꼽았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외식 대신 직접 요리를 해먹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식료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다, 백신 접종 확대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현금 지급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물가상승폭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경기회복세에 맞물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식료품 가격의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가가 점차 회복되면서 운송비 상승을 부추기고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3종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상품현물지수(BCSI)도 6일 기준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닭고기를 비롯한 모든 육류의 가격 상승 원인으로는 곡물값이 지목됐다. 동물 사료의 원재료인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 가격도 덩달아 상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BU·곡물량을 세는 단위·약 25.4㎏)당 7달러를 넘으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소맥협회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 기준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가격도 지난달 30일 기준 부셸당 7.42달러를 찍었다.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요식업계 물가 상승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레스토랑 체인점 아이홉과 애플비를 운영하는 다인브랜드글로벌의 존 페이튼 최고경영자(CEO)는 "가금류와 돼지고기, 팬케익 믹스 등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인건비도 올라서 올해 안에 음식 메뉴의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니퍼 바르타셔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최근 몇년새 상승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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