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 청약제도 개편은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특별공급을 받을 수 없었던 맞벌이 부부와 청약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온 1인가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가점이 낮아 일반공급을 받기도 어렵고 특별공급의 혜택에서도 빗겨나 있던 ‘청포족(청약포기족)’을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완화 등을 통해 공급물량 자체를 늘리지 않으면 차곡차곡 가점을 쌓아온 5060세대와 청년층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청약제도는 민간분양이든 공공분양이든 상대적으로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짧은 청년층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민간분양 물량의 대부분에 적용되는 가점제는 결혼해서 자녀를 둘 이상 두고 부모를 부양하는 가정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가점은 부양가족 수(35점)와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쳐 84점이 만점이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민간분양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모두 가점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85㎡를 초과해도 절반만이 추첨물량이다. 조정대상지역은 85㎡ 이하는 75%를, 85㎡ 초과는 30%를 가점으로 뽑는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에서 실수요자의 당첨기회를 늘리겠다며 가점제 비중을 크게 높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공공분양도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문턱이 높긴 마찬가지다. 전체 물량의 15%만이 일반분양으로 공급되는 전용 85㎡ 이하의 경우 물량 모두가 청약통장 납입횟수와 저축총액을 기준으로 한 순차제로 당첨자를 정한다. 최대 월 10만원씩 오랫동안 납입해 통장에 들어 있는 금액이 많은 순서대로 당첨된다.
젊은 신혼부부는 신혼부부특별공급, 생애최초특별공급, 신혼희망타운 등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물량 대부분은 낮은 소득기준이 적용돼 맞벌이 부부가 당첨되기 어렵다. 맞벌이 부부가 공공분양 신혼부부 특별공급 우선물량(전체의 70%)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20%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당첨가점이 치솟다 보니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졌다. 그 부작용으로 나타난 패닉바잉(공황매수)이 부동산시장 불안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다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당정이 젊은 맞벌이 부부와 1인가구에 유리한 방향으로 청약 제도를 손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50대 이상 무주택 청약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청약시장 자체가 한정된 물량을 ‘나눠 먹는’ 구조여서다. 특별공급이 늘고 추첨제 비중이 커질수록 오랜 기간 가점을 쌓아온 중장년층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정부가 청년층 패닉바잉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 왔다. 지난해 ‘7·10 대책’에선 민영주택에 생애 최초 특별공급(공공택지 15%, 민간택지 7%)을 신설했고, 올해 ‘2·4 대책’에선 85㎡ 이하 물량에 추첨제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7월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신혼부부 몫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50대 가장 전모씨는 “20년 넘게 내집마련을 준비해 온 중장년층 가정보다 신혼부부가 집이 더 절실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별공급은 또 다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추첨제 등은 과열된 청약시장에 지친 30대 청약자를 위한다는 취지지만 세대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결국 공급이라는 파이 자체를 늘려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정/장현주/오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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