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시장이 인텔 애플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원격수업 확산으로 노트북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노트북에 ‘최적화’된 칩을 원하는 제조사들의 수요 영향도 있다.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노트북에서도 활용가능한 최신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경쟁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 칩은 영국 ARM의 아키텍처(명령어체계) 기반으로 설계됐다. ARM 아키텍처는 전력 소비량이 적고 효율적이라서 스마트폰 프로세서(AP)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PC나 노트북 프로세서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애플은 ARM 기반 칩의 단점을 일정 수준 보완한 M1칩을 맥북, 5세대 아이패드 프로 등 PC나 노트북, 태블릿용 프로세서로 적극 밀고 있다. 유저들 사이에선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했던 과거 맥북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0년 출시된 2세대 8cx는 삼성전자의 노트북인 '갤럭시 북 S' 등에 탑재됐다. 애플 M1칩에 자극 받은 퀄컴은 현재 3세대 8cx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퀄컴이 노트북용 칩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노트북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노트북 판매량은 1억7300만대다. 2019년 대비 9% 늘었고 2011년 이후 사상 최고 판매량이다. 올해는 1억7500만대, 내년엔 1억77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홈 이코노미’ 확산으로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일반화되고 있어서다. 노트북 수요가 커지는만큼 프로세서 판매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애플은 여기에 더해 ‘제품 생태계 통합’을 위해 M1칩을 적극 활용 중이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에서도 자체 개발 반도체칩을 활용해 애플 기기 간의 호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ARM기반 프로세서가 노트북에 탑재되는 사례가 늘면서 삼성전자 엑시노스도 노트북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는 인텔 칩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5nm 미세공정의 장점을 활용해 성능도 향상됐다”며 “엑시노스의 노트북 탑재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트북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하반기 출시 제품에 자사 엑시노스칩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노트북에 엑시노스칩이 탑재되는 건 2013년 '엑시노스 5' 옥타 이후 약 8년 만이다.
인텔은 반격에 나섰다. 애플, 퀄컴 등의 ARM 기반 노트북 프로세서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데 화력을 쏟고 있다. 시장에선 ARM 기판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 가볍고 오래가지만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맥북에서 일부 최신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시킬 수 없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인텔도 맥북의 ‘USB 포트 미지원’, ‘터치스크린 부재’ 등 단점을 부각시키며 "전력 효율 측면에서도 인텔 칩과 M1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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