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는 결혼식을 올린 지 약 2년 만에 아내 육은채 씨(33)에게 약속한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평소 톡톡 튀는 말솜씨로 많은 팬을 보유한 그는 2017년 우승과 함께 육씨와 결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좀처럼 우승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결국 2019년 8월에 육씨와 트로피 없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허인회는 “우승 트로피를 들고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우고 결혼식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이후로 우승을 못 했다”며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시합에 들어가면 집중이 안 됐다.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했다.
캐디백을 메고 있는 아내가 안쓰러워 올해를 끝으로 아내 대신 새 캐디를 찾겠다고 한 그는 아내에게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그는 “올해가 끝나면 아내의 캐디 은퇴식을 해줄 것”이라고 했다.
2라운드에서 5언더파 공동 선두, 3라운드에서 4타를 더 줄여 달아난 그는 최종 라운드를 6타 차 선두로 시작했다. 평소라면 넉넉한 리드였지만 최대 초속 10m로 부는 강풍에 고전한 그는 2번홀(파4) 더블 보기, 3번홀(파3) 보기로 한때 2위 그룹에 3타 차로 쫓기기도 했다.
하지만 허인회는 5번홀(파4)에서 버디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전환했다. 약 3m 거리에서 친 공이 우측으로 흐르는 듯싶더니 홀 측면을 타고 들어갔다. 파 행진을 이어가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13번홀(파4). 2온에 성공한 뒤 첫 버디가 나온 위치와 비슷한 거리에서 회심의 버디 퍼트를 밀어 넣었다. 우승을 직감한 듯 불끈 쥔 주먹을 맞댔다. 18번홀(파4)에선 티샷에 이어 세컨드 샷 미스까지 겹쳤으나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다.
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이태희(37)는 이날 4타를 잃었다. 10번홀(파4)까지 1언더파로 순항하다 남은 홀에서 버디 5개를 쏟아낸 것이 뼈아팠다. 합계 4오버파를 친 그는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 첫 출전에 우승까지 노려봤던 ‘무서운 10대’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3언더파를 쳐 단독 2위에 올랐다. 지난달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 이어 올 시즌 거둔 두 번째 준우승이다.
조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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