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관심은 인플레이션 논란 속에서도 발 뻗고 잘 수 있을 만한 미국 주식을 발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빅테크에 계속 투자하거나 금융·소재 등 가치주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물가가 조금씩 뛰자 미국에선 긴축(tapering)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옐런 장관은 지난 4일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긴축에 대해 빨리 이야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언급하며 논쟁의 불씨를 되살렸다.
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국채를 사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악재다. 특히 당장 돈은 못 벌지만 앞으로는 벌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종목들의 매력은 더 떨어진다. 그동안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로 주가가 상승했던 종목들이 최근 부진한 이유다.
성장주의 대표격인 ARK 이노베이션 ETF(ARKK)는 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는데, 연중 최고점 대비로는 32%나 떨어졌다. 지난 한 주간 이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만 7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붐도 크게 꺾였다. 당장 매출을 못 내는 기업들도 SPAC을 통해 활발히 증시에 데뷔했는데, 미래 실적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며 시장이 쪼그라든 것이다. 미국 SPAC리서치에 따르면 SPAC을 통해 기업공개(IPO)한 기업은 지난 3월 109곳에 달했지만 4월에는 13곳으로 대폭 줄었다.
증권가에선 혼란스러운 장세에서도 믿을 만한 투자처로 빅테크와 가치주를 추천했다. 1분기 실적으로 저력을 보여줬거나(빅테크), 저가 매력에 인플레이션 수혜까지 입을 수 있는(가치주) 종목들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을 추천주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형 성장주는 수년 뒤의 실적까지 미리 반영해 주가가 올랐지만 빅테크는 같은 성장주라고 해도 당장 내고 있는 실적에 기반해 주가가 상승했다”며 “중소형주와 달리 빅테크는 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앞으로 나올 실적으로 충분히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파벳만 보더라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었는데 주가는 36% 오른 수준이어서 비싸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치주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갖고 있던 종목을 내려놓고 금융·원자재 같은 인플레이션 수혜주를 담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들 종목의 주가가 지난 10여 년간 고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승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과 소재 등 인플레이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금융 관련 미국 ETF로는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SPDR 펀드(종목명 XLF)’가 주로 언급된다. 이 ETF는 연초 이후 27.48% 올랐다. 인플레이션 수혜 종목을 고루 담은 ETF로는 ‘호라이즌 키네틱스 인플레이션 베네피셔리즈(종목명 INFL)’가 있는데, 지난 1월 상장 이후 17.23% 올랐다. 이 밖에 골드만삭스는 광산회사 글렌코어, 정유기업 셸미드스트림파트너스가 추가 상승 동력이 있다고 봤고, 웰스파고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데본에너지, 존슨앤드존슨 등이 앞으로 1년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봤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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