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정·조세의 상충관계를 뜻하는 ‘재정 트릴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선 혁신이 꼭 필요합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68·사진)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시대적 당위인 혁신 과제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툴레인대를 거쳐 1988년부터 성균관대에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2007~2011년), 한국금융학회장(2013년), 한국경제학회장(2018년) 등을 역임했다.
주로 학계에 머물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던 김 교수는 지난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대표를 맡았다. 연대와 공생은 오는 10일 공식 출범과 함께 이 전 대표의 슬로건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연대와 공생 대표를 맡게 된 계기를 묻자 김 교수는 “원래 이 전 대표와 특별히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며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내던 시절 각종 위원회 등에서 만났는데 언행이 절제돼 있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등 자기 규율이 철저하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대확산(팬데믹)과 기술혁명이 정치에 큰 숙제를 안겨줬다고 봤다. 그는 “팬데믹 이후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바뀌었고 기술혁명도 더욱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에 대해선 기존의 전통적인 재분배 정책 이외에 ‘신노동’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경제로 접어들면서 배달 등 플랫폼 산업 노동자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로 노동 형태가 바뀌고 있다”며 “이런 신노동을 경험한 청년세대들을 사회·경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등 선순환 체계 구축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김 교수는 “가장 아쉬웠던 것은 혁신이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지난 3월말 ‘아시아태평양 500대 고성장 기업’을 선정한 결과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FT 자료를 보면 일본이 116개로 가장 많고 인도 95개, 싱가포르 72개 순”이라며 “싱가포르보다 인구가 8배나 많은 한국이 22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혁신은 당면한 재정 트릴레마 해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높은 복지수준·낮은 국가채무 비율·낮은 조세부담률’ 간 상충관계가 지속되는 와중에 증세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증세가 현실화되면 중산층이 많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가 강조하는 ‘신복지’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체계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공급자 위주로 복지체계가 짜여 있다 보니 부처별·지자체별 복지정책이 중복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요자의 생애주기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복지 안전망에서 소외되거나 누수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복지 플랫폼 구축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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