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체들이 ‘인텔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노트북용 칩 M1을 지난해 11월 공개한 애플이 대표적이다. M1은 노트북에 내장돼 데이터 연산·통신·저장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 칩셋(SoC)이다.
이 칩은 영국 ARM의 아키텍처(명령어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인텔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전력 소비량이 적어 스마트폰 AP에 주로 쓰였다. 애플은 ARM 기반 칩의 단점을 보완한 M1을 보급형 맥북, 아이패드 등 PC나 노트북, 태블릿용 프로세서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의 스마트폰 AP 강자 퀄컴도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퀄컴의 노트북 칩셋 간판 제품은 2018년 말 공개한 ‘스냅드래곤 8cx’다. 이 제품 역시 M1처럼 ARM 설계 기반 SoC다. 퀄컴은 3세대 8cx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퀄컴이 노트북용 칩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트북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노트북 판매량은 1억7300만 대로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1억7500만 대, 내년엔 1억77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홈 이코노미 확산으로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일반화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노트북 제조사들이 효율적인 프로세서를 원하는 영향도 크다. M1이나 8cx 칩을 사용한 노트북들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한데 모은 ‘원칩’을 구현해 배터리가 오래 가면서도 두께는 얇다.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노트북과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칩은 엑시노스의 단점으로 꼽혔던 그래픽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 AMD와 협업해 개발한 GPU를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는 전력 소모가 적고 5nm 미세공정의 장점을 활용해 성능도 향상됐다”며 “노트북 사용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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