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구글의 세전 순이익에서 법인세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인 법인세 유효세율은 53.4%였다. 같은 시점 24.9%였던 삼성전자 법인세 유효세율의 두 배 이상이었다. 3년 만에 양상은 정반대가 됐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의 유효세율은 27.8%로 늘어난 데 비해 구글을 포함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세금 부담률은 15.4%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칠 때 한국 정부만 법인세를 올리며 역주행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구글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53.4%로 24.9%였던 삼성전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이후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한 반면 한국은 2017년 법인세율을 24.5%에서 27.5%로 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8년에 GAFA의 세금 부담률은 20% 밑으로 떨어진 반면 삼성전자의 세금 부담률은 27.5%로 증가했다. 2019년 삼성전자 부담률은 28.6%로 치솟았다. 2018~2020년 3년 평균은 27.8%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부담한 법인세는 35조4457억원에 달한다.
주요국 중 법인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낮춘 나라는 미국이다. 2010년 40%에 달했던 법인세를 25.8%로 10년 새 15%포인트가량 낮췄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한 5만7000여 개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의 평균 세부담률은 약 20%로 20% 중후반대인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낮았다. 같은 기간 영국도 법인세율을 10% 가까이 낮췄다. 이탈리아, 캐나다, 프랑스 등도 법인세율을 5%포인트 가까이 인하했다.
반면 2017년 이후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린 한국의 세율은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았다. 2011년 21위에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프랑스(32.0%)와 독일(29.9%), 일본(29.7%), 이탈리아(27.8%) 등의 법인세율은 한국보다 높다.
하지만 프랑스는 2022년까지 법인세 유효세율을 25%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세율을 낮추지 않았지만 감가상각, 연구개발(R&D) 조세 지원 등 제도를 개편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줬다.
독일과 미국은 감가상각 특례를 확대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이 세율 인하를 비롯해 각종 법인세 조세특례를 도입, 법인세 부담을 낮춘 것으로 분류됐다. 일본과 독일의 세율이 한국보다 높은데도 도요타와 지멘스 등 대표 기업의 세금부담률이 삼성전자보다 낮은 것은 이런 혜택 덕분으로 분석된다.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인 결과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법인세 수입 비중은 1990년 이후 2% 안팎을 유지해 왔으나 2019년 1% 이하로 급락했다. 영국은 3% 미만, 이탈리아는 2% 미만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상황은 반대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0년 OECD 세수편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조세 수입 중 법인세 비중은 15.7%였다. OECD 평균(10%)보다 1.5배 높다. 국내 기업의 경쟁 업체가 몰려 있는 미국(4.1%)과 독일(5.6%)에 비하면 세 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디지털세나 글로벌 최저한세율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국제적인 과세 규정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OECD는 거대 IT 기업에 대한 최저 법인세율을 세계 공통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세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가 과세권을 나눠 갖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5일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 하한선을 정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민디 하츠펠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이익보다 공장과 같은 유형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주로 과세하는 각국의 세제는 글로벌 기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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