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비행기를 많이 타서 비싸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주 노선 평균 예약률은 30%를 밑돌았다. 중국 일본 등 단기리 여객 노선은 20%대 수준에 불과했다. 해외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는 요즘도 텅텅 비었다. 그럼에도 가격이 비싼 것은 항공사들이 저렴한 티켓을 확 줄인 영향이 크다.
이는 수치로 극명하게 나타난다. 대한항공의 작년 1분기 국제여객 ‘일드’(yield)는 90.2원이었다. 일드는 유상 승객 1인을 1㎞ 운송했을 때 항공사가 올린 평균 매출이다. 일드를 넣어 구간 별로 계산을 해보면 항공사가 어떻게 티켓을 팔았는 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실제 소비자가 구매한 가격과는 차이가 있다.
거리가 1만1064㎞인 인천서 뉴욕까지 티켓 가격에 이 일드를 적용해봤다. 단순 계산하면 작년 1분기 편도로 평균 약 100만원이 나온다. 왕복으론 200만원이다. 일드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급격히 올랐다. 작년 2분기에 125.5원으로 껑충 뛰었다. 3분기에는 134.9원까지 상승했다. 4분기는 143.4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72.5% 급증한 것이다. 같은 계산으로 뉴욕 티켓 편도 가격을 산술하면 4분기 약 158만원이 나온다. 왕복으론 316만원이다. 1분기 대비 왕복 기준 100만원 이상 올랐다. 올 들어서도 일드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 1분기 대한항공의 여객 일드를 140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여객 부문 수송실적은 전년 대비 77% 급감했다. 이 탓에 여객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 그나마 손실을 줄일수 있었던 것은 티켓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티켓 가격을 계속 조정하는데 최근에는 조정 폭이 크지 않다”며 “가격을 내린다고 구매가 더 많아 지지도 않으니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학업 등으로 꼭 해외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의 티켓이 많이 풀릴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국내 항공사들만 해도 양대 국적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저가항공사 상당수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장이 독과점화 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적사의 독점 노선은 과거보다 티켓 가격이 오를 여지는 상당하다. LA, 시카고, 시드니, 팔라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적절한 수준에서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안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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