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어가는데 중계하듯 윗선 보고" 23세 대학생 父 분노

입력 2021-05-10 15:01   수정 2021-05-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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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가 300㎏ 지지대에 깔려 숨진 23세 대학생 이모 씨의 부친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씨 부친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들이 사고 당한 직후) 현장 책임자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윗선에 보고부터 했다"며 "같이 있던 외국인(근로자)은 119에 신고하라면서 아들을 깔고 있던 날개를 들려고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 인간의 극과 극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은 현장에서 숨이 끊어져 가는 아들 모습을 중계하듯 보고했다"며 "너무 참혹하고 잔인하다. 저한테 연락했어야 했다"고 분노했다.

이씨 부친은 "아들이 이렇게 되기까지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며 "둘 중 한 명은 용서를 구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업무를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 부친은 "아들을 강인하게 키워보려고 했는데, 제가 아들을 사지로 몰았다는 죄책감에 많이 힘들다"며 "더 이상의 산재 사망사고는 이번 일이 마지막이길 희망한다. 관계자들은 두 번 다시 희생자가 안 나오게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군 전역 후 용돈을 벌기 위해 아버지가 일하는 컨테이너 검역소 하청업체에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 중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FRC(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컨테이너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무게 300kg에 달하는 FRC 철판 날개에 깔려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없었고, 사고 후 한시간 가량이나 지체한 후에 이씨가 병원으로 이송돼 결국 숨졌다.

앞서 이씨의 누나인 A씨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남겨 "9살 위 아픈 누나를 살뜰히 보살피던, 군복무 후 대학 복학을 앞두고 용돈을 벌던 착실한 동생이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한 채 2주 넘게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였다며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제 용돈 제가 벌어서 부모님 손 안 벌리려고 아르바이트했던 건데 갑자기 떠날 줄 꿈에서 상상 못 했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사망한 동생이 9살 차이 나는 2급 장애가 있는 큰 누나를 잘 챙겨주고, 가족들은 그런 남동생을 의지했다"며 "큰 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막냇동생의 죽음을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은)안전모를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를 썼어도 300kg이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라며 "그때 목격자와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지"라고 비판했다.

A씨는 한강에서 사망한 20대 대학생과 달리 자신의 동생의 죽음은 기사화도 많이 되지 않고 진상 규명도 2주째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착잡하더라, 왜 이제 꽃피울 청년들을 데리고 가는 건지"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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