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사 10곳 중 8곳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6월이 반도체 '보릿고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올해 3분기까지 수급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이달 3~4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완성차 업체 생산 차질에 따른 자동차 부품업체 애로사항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자동차 1~3차 협력사 78곳 가운데 66개사(84.6%)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78개 업체 중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취급하는 업체는 21곳이었다. 이중 90.5%가 반도체 수급난 직격탄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했다. 반도체 가격마저 인상돼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설문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부품 가격은 10~20% 증가한 반면 생산은 10~30% 이상 줄었다. 이들 중 38.1%는 반도체 구매 시 비용을 즉시 지급하는 반면 상위 협력사들로부터 대금 수령이 늦춰지는 시차가 발생,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부품사 78곳 중 절반은 현 상황을 타개할 지원책으로 정부의 금융대책을 꼽았다. 구체적인 지원책으로는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해 달라는 응답이 4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출 만기 연장, P-CBO 발행 확대 및 조건 완화 등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원 필요 시기로는 1~3개월이 57.5%로 나타나 적어도 3분기 이내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KAIA 측의 주장이다.
정만기 KAIA 회장은 "5~6월 중 차량반도체 수급 차질이 정점에 다다를 것에 대응해 부품업계를 위한 특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차량반도체 확보를 위한 정부차원의 국제협력 노력은 물론 보증기관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 마련, 고용안정기금 확대, 법인세·관세의 납기 연장 혹은 감면 등 유동성 타개 대책도 조속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KAIA는 조만간 산업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에 대책 마련을 건의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공장 가동 중단 및 감산으로 반도체 대란에 대응해 왔다. 그러다 생산 차질을 마냥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최근 고육지책으로 일부 옵션 사양을 뺀 차량 출시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세계 자동차 업계 손실이 610억달러(약 68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아는 최근 K8에 기본으로 적용된 일부 사양을 빼고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는 '마이너스 옵션'까지 내놨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파킹어시스트, 사륜구동 등 옵션 사양을 덜어내면 차량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한 상황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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