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해외여행을 재개하는 영국 정부가 한국을 '황색(amber)' 등급 여행지로 지정했다. 녹색, 적색과 함께 3색 신호등 체계에서 중간 등급인 황색은 영국으로 입국할 때 10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 여행과 같은 비필수 목적의 관광은 가능하지만 영국 정부 가이드라인상에선 방문 자제 권고 지역에 해당된다. 입국 전후로 최소 2회, 최대 3회에 걸친 PCR(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도 받아야 한다.
BBC와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 영국 정부가 자국민의 국외여행 재개를 위해 마련한 신호등(traffic light) 체계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신호등 체계는 자국민의 국외여행 재개를 위해 영국 정부가 마련한 '그린라이트 계획(green light scheme)'의 일환이다. 국가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과 백신 접종률을 따져 3개 등급(녹·황·적색)으로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그랜트 샵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어렵게 확보한 국민 보건환경을 유지하면서 해외여행을 재개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3주마다 새로운 국가별 신호등 체계를 발표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은 황색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과 일본은 10%에도 못미치는 낮은 백신 접종률, 미국은 변이 바이러스, 중국은 효과 검증이 안된 시노팜 백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도 황색 국가에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접종률과 오는 6월 도입하는 디지털 그린패스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오는 6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녹색 등급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 관광객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 몰디브는 인도발 확진자가 늘면서 적색 국가로 지정됐다. 유럽에선 터키, 동남아 국가 중에는 필리핀 그리고 이스라엘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접종률이 높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적색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적색 국가는 영국과 아일랜드 국적자 외에는 입국이 금지되는 사실상 여행금지 지역이다. 입국 시 10일간 지정 격리시설에서 의무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 진단검사 비용과 검역호텔 투숙비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영국 정부의 신호등 체계 지정결과에 대한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여행·항공업계는 "허울 뿐인 조치"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인기 여행지 4곳이 모두 격리가 필수인 황색 국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 인기 여행지인 터키는 아예 여행금지에 해당하는 적색으로 분류됐다. 입국 시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반등효과를 보기까지 앞으로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여행·항공업계에서 나온다.
다국적 저비용 항공사(LCC) 이지젯의 요한 룬드크렌 대표는 "극소수의 유럽 국가를 녹색 등급으로 분류한 정부의 결정은 구체적인 자료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내수 활성화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영국 항공조종사협회 측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입장의 정부가 여행·항공 등 관련 종사자들에게 큰 실망감만 안겼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신호등 체계는 겉치레일 뿐, 변이 바이러스 국내 유입의 우회통로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마틴 히버드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교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변종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구르치 란다와 베드포드셔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모든 국가에 대한 엄격하고 보편적인 검역조치 없이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영국 내에서만 휴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백신 태스크포스 출신의 클리브 딕스 책임연구원은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현재의 백신 프로그램으로 변이 바이러스 감염방지 효과를 보고 있다"며 "백신 효과로 인해 내년 겨울까지는 국내에서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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