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서울대가 ‘한국형 초고도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해 손을 잡았다. 자금 수백억원을 네이버가 투자하고, 양측에서 총 100여 명의 글로벌급 연구인력을 투입하는 일명 ‘초대규모(Hyper scale) AI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공동연구를 위해 교수직과 연구직을 서로 개방하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산학협력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산학협력은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다. 그동안 개별 프로젝트 방식의 산학협력과 달리 네이버와 서울대 연구원은 한 곳에서 밀착해 협력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연구진은 겸직 교수로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대 연구진은 네이버의 AI 연구에 참여한다. 네이버가 보유한 슈퍼컴퓨팅 시설과 관련 데이터도 공유해 공동연구센터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처음으로 AI에 활용할 언어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의 AI 관련 시설과 데이터, 양측의 연구 역량이 합쳐진 공동 AI 연구센터를 통해 글로벌 경쟁자들에 맞설 초대규모 AI 분야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도 “양측의 AI 인재들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력은 네이버의 AI 인재 확보 전략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AI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대 학생들을 위한 인턴십과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운용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해외 IT 기업처럼 국내에 턱없이 부족한 AI 인력을 미리 ‘입도선매’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유수 대학을 직접 지원하는 전략으로 AI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구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하는 데 익숙해진 대학 구성원들이 구글을 선택하도록 친화적 환경을 미리 조성하는 방식이다. 구글이 국내에서 KAIST, 서울대 등과 AI 분야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국내 주요 공과대학과 다양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MS 인턴십 참여를 독려해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잦다. 2005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친 한국인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금만 대는 경우가 많은 여느 산학협력과는 다른 유기적 결합이 눈에 띈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주완/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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